'사랑의 블랙홀'을 시작으로 톰 크루즈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 한국의 '열한시'와 '하루'까지.. 시간 안에 갇혀 버리는 타임루프물은 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대부분은 S/F지만 간혹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 정도가 있다. 특별한 하루가 계속되는 '하루'는 독특하게도 미스테리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지속되는가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가 주요한 문제가 된다. 김명민과 변요한의 엄청난 연기는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김명민이 연기한 의사 준영의 '하루'는 딸의 죽음으로 끝난다. 귀국하는 비행기와 딸의 교통사고 사이가 계속 반복되지만 항상 아슬아슬하게 딸을 구하지 못한다. 수십차례의 실수 끝에 그의 멱살을 누군가 잡고 흔든다. '당신 누구야. 왜 너만 바뀌어'
변요한은 같은 사고에서 아내가 희생되는 '민철'의 역을 맡았다. 왜, 민철과 준영만 하루가 반복되는걸까. 그리고 그들은 딸과 아내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처음에는 준영이 딸을 구하는가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지만 변요한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그들은 무순 관계지? 어떤 이유지? 시간이 갈수록 좌절하는 둘은 점차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치 않는다. 자해를 하거나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가족을 살리려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점차 무기력하게 변해가는 둘의 모습이 압권이다. 수많은 시도 끝에 아이를 구하고 하루가 반복되지 않는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택시 한대가 준영의 딸을 노리고 달려든다. 결국 또다시 희생자가 발생하고 준영은 비행기 안에서 또다시 하루를 맞는다.
여기서 또 하나의 트임 슬리퍼, 택시운전수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하루를 반복하는게 둘 뿐이 아니었던 거다. 이 모든 건 계획된 살인이었고 택시운전수는 반복되는 하루 안에서 그들의 딸과 아내를 매일 죽여왔던 것. 이 모든 것이 '준영'과 '민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복수였으니 인과응보다. 인간의 이기심, 복수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김명민과 변요한의 연기, 적당한 시간마다 뒤집히는 반전 요소가 영화를 알차게 압축한다. 용서와 치유, 그리고 화해에 대한 고민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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