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램페이지] 거대괴수가 보여주는 평범함이란

슬슬살살 2018. 6. 6. 08:47

들인 돈에 비해 슬쩍 개봉했다 슬쩍 사라져 버린 영화. '더 락', 드웨인 존슨이 <샌 안드레아스>, <쥬만지>의 후속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 우울한 영화다. 드웨인 존슨의 안목이 이정도라는 걸 만 천하에 공개한 셈이니.. 앞으로 드웨인 존슨의 영화는 쓸데없이 돈만 많이 들어가지만 1년 기다렸다 TV로 봐도 상관 없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올해 개봉 예정인 <스카이 스크래퍼>도 무지막지한 돈이 들어갔지만... 흥행 실패가 예상된다.



이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라는 건 끝나고 알았다. 어릴 적 킹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키보드 한개로 셋이 게임할 수 있었던 괴작이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재벌기업의 우주실험이 실패하면서 추락한 우주선에 담겨있던 실험 물질이 하필 국립공원에 떨어진다. 오염물질을 받아 들인 세마리의 육식동물이 각각 거대한 괴수로 성장한다. 그냥 몸만 커진게 아니라 흉폭함과 다른 종족의 특성까지 중첩되게 된다. 그 중 한마리가 데이비스가 사육하던 흰색 알비노 고릴라 '조지'다. 나머지는 늑대와 악어. 이들을 다시 회수하려는 기업의 작전으로 전원이 도심으로 향하고 그 과정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램페이지>의 가장 큰 문제는 액션 영화면서 대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데이비스(드웨인 존슨)의 대부분이 연기가 아니라 상황의 전달, 변사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배우들 역시 관객들에게 대사로 상활을 전달하기 바쁘다. 재능이 없는 소설가 지망생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글쓰기가 과도한 설명이다. '사실은'으로 시작해서 '것이었다'로 끝나는 이 설명들은 영화건 소설이건 지루하게 만들어버린다. 우리는 영화를 '보러'온 것이지 '설명을 들으러'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구태의연하고 작위적이다.



그나마 거대 괴수가 도시를 유린하는 장면이 볼만 한데 그것도 관람연령을 내리면서 평범해져 버렸다. '조지'와 다른 괴수들의 거대 격투 역시 평범하다. 개인적으로 '킹콩'에서 보여준 티라노와 킹콩의 격투 씬을 최고로 생각하는데 20년 후의 CG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얌전하다.


결말도 역시 평범. 데이비스를 기억해 낸 조지가 다른 괴수들과 격투해서 이기고 데이비스가 찾아낸 백신을 삼키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다지 여운이 생기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