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마블과는 다른 문법으로 접근한 새로운 히어로 시리즈다. 일단 주인공이 아시아계라는 결단이 내려졌고 '신비로운 동양의 무예'라는 오리엔탈리즘이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기존의 마블 시리즈와 연결고리가 뚜렸하지 않다. 물론 영화 마지막, 닥터 스트레인지의 '웡'과 연결이 되기는 하지만 그 전까지, 그러니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영화는 독립적인 히어로물의 위치에 있다. 봉인된 전설의 악마를 꺼내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히어로의 구도는 사실 수십년간 다루어진 구태의연한 주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샹치>는 마블답게 끝내주는 액션의 연출로 이 식상함을 부숴버린다. 빌딩의 외벽 비계를 이용한 액션은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그리고 최근의 마블 시리즈가 전 우주적인 위기를 다루느라 에너지파같은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는 했는데 그러다보니 몸 그 자체를 사용하는 액션이 많이 줄어있었다. <샹치>는 그런 아쉬운 점을 깨끗하게 날릴 수 있는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볼거리는 이 영화의 히로인 '케이티'다. 시끄럽고 괄괄하며 아줌마스러운 억척까지 갖춘 그녀의 등장이야말로 마블의 '여성'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그런 그녀가 너무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12세 관람가 답게 영화의 플롯은 단순하고 후반부는 지루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새로운 액션,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히로인의 등장은 정말 적절했고 이들이 어벤져스에 합류하는게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물론 퇴장해버린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대체하기는 아직 부족하지만...
PS. 주인공이 손흥민을 닮아서 몰입이 자꾸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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