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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부산여행 1일차] 태종대- BIFF 광장-자갈치시장-용두산공원

슬슬살살 2014. 6. 10. 00:38

채은이 탄생 이후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의 여행이다. 호기좋게 부산으로 장소를 잡았지만 서울로부터 420km 떨어진 곳으로 운전을 해야 한다... 그것도 24개월 된 아가와 함께... 가는 동안 잠을 자주면 다행이겠지만 칭얼댈것도 걱정이다. 그렇지만 가장 큰 두려움은 연휴 내 예고된 비소식이다. 호텔 위약금 8만원이 아까워 도박을 걸기는 했지만 가는 내내 비가 안오길 바라고 빌었다. 그 덕분일까. 첫 관광지인 태종대는 습하긴 했지만 꽤 괜찮은 날씨를 보여준다. 

 

3인 가족부대 태종대 정복기 서른여섯해 만에 태종대를 처음 보았다. 대학때 술김에 와 봤다는 와이프와 2년만에 처음 오는 딸을 데리고.. 이런 곳이었구나..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태종대가 이런 곳인지는 처음 알았다. 그냥 가면 해변이 있을 줄 알았는데 경사로를 한창 올라야 한다. 도보로 한시간이 걸린다고만 들었지 가파른 도로를 올라야 한다는 건 몰랐다. 다누비라는 순환열차가 있지만 보시다시피 엄청난 줄이다. 배차간격도 길고...결론은.. 걷자. 돈도 아끼고1, 산책이나 하지 뭐.. 

 

 

올라갈 준비 단단히 하고!! 그간 변변찮은 산책 한번 할일이 없었던지라 나무가 울창한 산길을 걷는게 상쾌하다. 15분 정도 완만한 산길을 오르니 첫번째 쉼터. 남향 조망지가 나온다. 이곳이 부산에 와서 처음 본 바다다. 바다와 맞닿은 산길이라니.. 해변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산과 절벽으로 이루어진 바닷가는 좀 의외다.  

출발 20분. 송채은 이등병(만2세)이 이 사진을 끝으로 전사했다. 원인은 시차적응 실패에 따른 급성수면. 그래도 첫 바닷가는 보고 잠들어서 다행이다. 이제는 아빠병장의 어깨가 무겁다. 전우를 돌보지 못한 죄로 13kg의 군장으로 40분 산악구보를 해야 하는 상황. 다섯시간의 운전 후에 벌어진 참사였으나 아빠는 이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두번째 체크포인트는 주전자섬을 조망하는 전망대. 지하층에는 레스토랑이 있고 1층은 따로 없다. 2층에서는 왜인지 최지우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일본 마케팅인가? 날씨가 좋을때는 대마도까지 보인다지만 주전자섬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비 안온게 어디야.. 간단한 기념촬영 후에 다시 걸음을 재촉해 본다. 비탈길의 경사가 조금 더 심해졌을 때 등대로 빠지는 길이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려갈 생각을 못했다. 왜냐고? 태종대의 하이라이트가 그곳인지 몰랐으니까. 무슨 생각에서였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내려가기로 결정했고, 어쩌면 놓칠수도 있었던 태종대의 노른자를 만나게 된다. 두둥~~

 

산길을 따라서 50m쯤 내려가자2 확트인 정경과 이국적인 하얀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저 아래쪽 바위에도 사람들이 모여있고.. 이때가 부산에 왔음을 제대로 실감했던 순간이다. 우리 놀러왔구나..

 

부산.. 특히 태종대가 유난히도 이국적인 이유는 저 큰 등대 때문이다. 하얗고 커다란 등대와 벽돌 지지대 부산의 바다와 만나 지중해의 느낌을 연출한다면 너무 과장이려나.. 그렇지만 이곳의 그림은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된다. 부산임을 알 수 있는 건 사람과, 바람 뿐이다. 심지어 가파르고 낡은 계단까지도 이국적이다.   

 

 

 

등대를 지나 맨 아래까지 내려가면 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시간이 넉넉하면 한접시 하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안내판이 없으니 알아서 다시 신선바위로 움직인다... 넓은 바위 뒤편으로 아까 봤던 주전자 섬이 더 크게 보인다. 여기에는 공룡발자국을 비롯해 망부석등이 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당시에는 정신 없지만 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좋은데 다녀온걸 알 수 있다.

 

여기까지 와서 기념사진을 안찍을 수 없지.. 태풍에 가까운 바닷바람속에서도 고요히 잠들어 있는(태풍의 눈인건가?) 딸을 등에 업고.. 딸은 뽀로로 한마리(?)를 업은채 기념촬영에 응한다. 촬영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바람에 몸을 내맡긴 어느 아저씨.. 사진 찍어준걸 보니 귀찮으셨나보다. 그래도 고마워요..

 

경치를 다 감상하고 내려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갈 때.. 등대 중간에서 채은이가 부활했다. 100% 충전은 아니었는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하긴 누구라도 자고 일어났을 때 난데 없는 바다가 있다면 놀라긴 할거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다를 둘러본다.. 미안..너는 태종대의 하이라이트를 보지 못했어..올라오는 길을 잘못 들어 편안한 길을 놔두고 가파른길로 올라왔더니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볼건 다봤으니 열차를 타도록 하자.

 

이렇게 좋은 곳이 공짜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주차료도 달랑 천원. 하루종일 있어도 천원이다. 부산이 좋아지려 하고 있다..

 

허기진 배를 달래보자. BIFF 광장-자갈치시장

쫄쫄 굶은 배를 보니 점심때가 한창 지났다. 원래 계획은 태종대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일정이 늘어져서 패스~~ BIFF 광장으로 이동해서 씨앗호떡과 18번 완당으로 배를 채운다. (부산여행-먹거리 보러가기)

 

태종대가 예쁜 바다라면 남포동에서 보이는 바다는 사람이 사는 바다다. 자갈치 회센터 옥상에서 포구를 조망할 수 있는데 말이 전망대지 남의 사무실 옥상이다. 내려가서 적당한 가격에 회를 떠서는 숙소로 향한다.

 

남산에도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으면..

 

용두산 공원은 너무 피곤해서 지나치려 했던 곳이다.  자갈치 시장에서 주차했던 곳까지 이동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했는데 마침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한 4~5층 정도 되는 높이인데 실내도 아닌 실외에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러고 보면 부산 곳곳에 있는 시설이나 구조물들이 예사스럽지 않다. 실용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하게 만들어졌달까.. 아무튼 대만같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용두산 공원을 끝으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 짓는다. 용두산 공원은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실제로 찾는 이들도 중국인이 많아 진짜 중국같다. 습한 날씨로 산발이 되어버린 머리 덕택에 나도 중국인이 되었다. 좋았어.. 자연스러웠어..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부산이라는 도시는 곳곳이 서울과 다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광고판을 만드는 경찰청이 있는 곳. 확실히 서울과는 다르다.

  1. 1명당 1,500원이다. 중간에 내렸다가 탈 수 있다. [본문으로]
  2. 내려갈 때 다시 올라갈 걱정이 좀 많이 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