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악의 연대기] 누구나 악이 될 수 있지만, 선택의 기회는 있다.

슬슬살살 2015. 7. 6. 13:38

훌륭한 연기가 무조건 재밌는 연기로 귀결될 수는 없다. 시나리오와 연출이 그래서 중요한거고. 손현주가 연기 잘하는 배우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영화적인 재미에 있어서는 글쎄. 전반적으로 평이한 느낌이다. 그나마 '연기의 신' 손현주 덕에 이만큼이라도 완성도를 뽑아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최창식(손현주) 반장은 유능한 형사이자 리더지만 도덕적으로 무결점인 인간은 아니다. 적당히 뇌물을 받을 줄도 알지만 완전히 부패한 경찰도 아니다. 그냥 적당히 능력도 있고 사회와 타협할 줄도 알고 승진에 대한 욕망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평범한 경찰이다. 후배들과 선배들에게도 신망이 두터워 이대로만 있으면 고속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다. 이런 최창식 반장이 우연찮게 자신을 납치하려던 이를 죽이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정황적으로 정당방위임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지만 중요한 승진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에서 최창식은 옳지 않은 선택을 한다.

 

다음날, 최창식이 은폐했던 범인의 시체가 강남경철서 맞은편에 걸려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걸까. 이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다. 최창식은 이런 짓을 한 범인을 찾음과 동시에 자신의 관련성을 지워내야만 한다. 범인을 쫒으면서 과거 어떤 사건과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16년 전, 최창식은 강력계의 막내였고 세간의 주목을 받던 살인사건에서 엉뚱한 이를 범인으로 몰아 조기 종결 시킨적이 있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이 모두 죽어나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때의 원한을 가진 이가 범인일게다. 살인마의 아들로 보여지는 김진규(최다니엘)가 자수하로 오면서 다시한번 영화가 종잡을 수 없게 되버린다. 최창식의 미래를 담보로 당시의 복수를 도울 것을 요구하는 김진규. 자신의 잘못을 알고는 있지만 그를 도울수도, 돕지 않을 수도 없는 최창식.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시놉시스는 타이트한데 영화는 왠지 모르게 느슨하다. 여기에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연출이 한 몫 한다. 비슷하다 볼 수 있는 <끝까지 간다>가 얼마나 숨막히게 몰아쳤는지를 생각해 보면 더 아쉽다. 손현주의 엄청난 연기가 아니었다면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었을 듯 하다. 중반 이후 관객이 사건의 전말을 따라잡은 이후에도 늘어지는 듯 한 전개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빨리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중언부언 하는 느낌이랄까. 큰거 한방을 기대하며 끝까지 버텨 보지만 반전 또한 기대 이하다.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반전. 차라리 마동석이나 연예기획사의 대표가 더 연막을 쳐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악의 연대기>라는 거창한 느낌의 제목이 장애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손현주의 연기빨로 시작해 연기빨로 마무리 된 평범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만, 누구나 악이 될 수 있으며 그 선택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점. 결국 악이란 돌고 돈다는 메세지 정도를 겨우 전달해 냈다. 

 

 


악의 연대기 (2015)

The Chronicles of Evil 
7.3
감독
백운학
출연
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정원중
정보
스릴러 | 한국 | 102 분 |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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