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로마의 휴일] 딱 생각한 만큼

슬슬살살 2017. 11. 26. 19:35

임창정과 공형진, 정상훈이 현금차량을 탈취해 도망가다가 <로마의 휴일>이라는 나이트클럽에 짱박혀 인질극을 펼치는 이야기.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대충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텐데, 딱 그만큼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 이상이 없는 건 아쉬울 수 있지만 거꾸로는 그런 코미디를 원한다면 딱 그만큼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기 사연을 가진 인간들이 한 장소를 점령한다는 점에서는 <주유소 습격사건>과 결을 같이 하지만 절대적인 다수를 인질로 하고 있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욱 많이 보여 준다. 이를테면 재벌2세와 그의 스폰을 받고 있는 연예인 지망생, 아픈 아이를 가지고 있는 무희, 짓눌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나이트클럽 관리부장, 그리고 조폭 대장 등등..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개그 소재 바깥으로는 조금도 비켜나가지 않는다. 조폭대장은 그의 힘을 믿고 설치다 임창정 일행에게 박살이나고 아픈 아이를 가진 무희는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빚을 탕감 받는다. 재벌2세는 돈 자랑을 하다가 더욱 호되게 당하고.. 결국, 영화는 정해진 방식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제 갈길을 간다.



그러나 결코 재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3분에 한 번씩 실소를 주며 5분에 한 번씩은 큰 웃음을 주는 잘 짜여진 코미디임은 확실하다. 그 모든 것들이 예측한 범위 내에서 돌아가고 있기는 해도 임창정의 코미디는 믿고 볼 정도는 된다. 적어도 말같지도 않은 신파를 버무리는 <헬머니> 같은 수준은 아니니 안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