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공중그네] 세상의 강박에서 벗어난다는 건
슬슬살살
2018. 9. 26. 09:18
블랙 조크의 대가, 오쿠다 히데오의 이라부 시리즈 중 하나. 가볍지만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이야기 서너편이 엮여 있다. '못말리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퍼뜨리는 요절복통 행복 바이러스'라는 마케팅 문구가 눈길을 끈다. 계속 읽어보면,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펴는 야쿠자 중간보스,
어느날부턴가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젊은 의사.
모두가 정상이 아닌 것 같지만 곰씹어보면 그다지 이상하지도 않다. 현대인은 모두가 정신병자라는 말도 있는 마당에 이정도의 결핍이 특별할 리 없다. 재밌는 건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처방인데 극단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서 섹시한 간호사 마유미를 조수삼아 컬트적인 분위기와 함께. 자신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를 훌훌 털어버리는 모습은 읽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느낌이다. 세상의 강박에서 벗어난다는 건 쉽지 않지만 끝내주는 경험이다. 마치 공중그네를 타는 것과 같다. 힘껏 손을 뻗어보자.
"체면 때문에 절절매고 사는 거 힘들지 않아? 꾸밈없이 소탈하게 사는게 훨씬 편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