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앤트맨과 와스프] 코메디와 영웅물의 황금비율

슬슬살살 2018. 12. 25. 09:32

심천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 미뤄만 놓던 어벤져스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 <앤트맨과 와스프>를 봤다. 궁합이 안맞는지 매번 <앤트맨>은 제 때 못보는 듯 하다. 개봉 때를 놓치고는 2~3년 후에 IPTV로 본다던지, 이렇게 출장 가는 길에 본다던지.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마블스러우면서 가장 완벽한 시리즈다.

 
최근 마블 시리즈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힘과 힘, 우주와 우주의 거대한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점이었다. 필연적으로 세계관을 확장 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의 마블, 그러니까 위기에 빠진 시민을 돕고 악당을 물리치는 수준의 영웅이 무척이나 고팠다. 그리고 딱 그정도의 영웅에게 감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를 원했지만, 이제 어벤져스는 전 우주의 멸망까지 손을 대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이러한 소소한(?) 영웅담은 보기 어려워졌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딱 그정도의 영웅을 그려내고 있어서 무척이나 반갑다.

 

작아지고 커지는 능력,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주인공, 동료이자 썸을 타는 파트너, 가족의 구원까지.. 영웅 이야기가 재밌기 위한 기초장치를 탄탄하게 세웠다. 뉴욕 사태로 몸을 숨기고 있던 앤트맨이 수십년 전 양자 영역으로 빠져버린 와스프의 엄마를 구하는 여정을 베이스로 새로운 빌런, 고스트와의 대결을 펼쳐 놓는다. 냉전 이전에 활약하던 1대 앤트맨과 와스프의 이야기, 그들의 연구에 희생당한 고스트의 복수심, 양자영역의 출입과 마침 일어난 타노스의 대학살까지, 기본 스토리라인, 어벤져스 세계관 모두 훌륭하게 어우러졌다. 이 덕에 마블 덕후들은 양자 영역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벤져스 시리즈가 훌륭한 것은 이야기의 핍진성이 정교하기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앤트맨과 와스프>는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그 자체로도 완성도 높은 액션 코메디다. 코메디와 히어로의 황금비율이 있다면 정확히 이런 모습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