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배심원들] 타인을 심판한다는 것의 의미

슬슬살살 2019. 10. 15. 21:23

미국의 법정드라마에서는 꼭 배심원들이 등장한다. 미국의 사법체계에서 배심원은 굉장히 중요한데 유무죄의 판단은 물론 어느정도의 형량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물론 전문 법조인들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배심원의 결정은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는 법전에 유연함을 부여함는 순기능과 함께 감정이 개입할 여지를 남기는 단점을 가진다. 한국에서는 2008년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었지만 아직 배심원이라 불릴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지지는 못한다. 다만, 일반 대중들의 의견이나 정서를 참고한다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 영화는 최초의 국민참여 재판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적인 법질서가 전문법관보다 뀌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직업적인 법조인은 오히려 일로서 대하기 때문에 난생처음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이들보다 주의깊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설득력이 있다.

"싫어요!"


임시완이 빠른 결정을 요구하는 다른 배심원들의 독촉에 한 대답이다. 이 영화는 일견 억울해 보이는 피의자를 각양 각색의 배심원들이 판결을 내리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바쁜 일정에 대충 임하려는 이부터 임대아파트에 사니까 그럴수도 있다는 차별적인 사고, 법조인이 어련히 잘 할까라는 의존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까지 말도 안되지만 현실적인 토론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임시완을 통해 이것이 한 사람의 일생에 대단히 중요한 결정임을 인지하고 하나하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검증을 요구하는 배심원의 모습은 일견 편의주의와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법조계에 경종을 울린다.



또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너무 어둡지도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다룬 톤과 매너도 적절하다. 전체적인 흐름은 가볍고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이렇게 묻힐 영화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