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형제] 그 행복이 부러워 우울해
에쿠니 가오리의 <마미야 형제>를 읽었다. 바보스러움에 웃음짓다가 순진함에 편안하다가 행복이 부러워 그만 우울해져 버렸다. 이렇다 할 사건 하나 없는 이 소설에서 마미야 형제는 조금 뒤쳐진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 삶 하루하루를 소중히 쓰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든다.
마미야 형제에게는 지금껏 연인이 있었던 적이 없다. 그렇기 대문에 실연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 혼자 꾸준히 쌓아 올린 호의를 짓밟히는 데 지나지 않는다. 팍삭 혹은 와지끈. 양치도 샴푸도 게을리 하는 법 없고, 심성 고운 마미야 형제이긴 했으나, 실제로 그들과 면식이 있는 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볼품없는, 어쩐지 기분 나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너저분한, 도대체 그 아니에 형제 둘이서만 사는 것도 이상하고, 몇 푼 아끼자고 매번 슈퍼마켓 저녁 할인을 기다렸다가 장을 보는, 애당초 범주 밖의, 있을 수 없는,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절대 연애 관계로는 발전할 수 없는.....' 남자들이었다.
노총각 형제인 테츠노부와 아키노부는 연애를 포기한 채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일종의 소확행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딱히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열등감에 빠지지도 않고 저녁에 맞추는 직소퍼즐, 보드게임의 수집, 좋아하는 음악 듣기 등으로 욕심없는 알찬 삶을 살아간다. 그들에게 빠진 것은 오로지 여자뿐. 연애를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형인 아키노부는 비디오 가게의 여대생에게, 테츠노부는 형의 직장동료와 이혼한 아내에게 빠져 든다. 그 외에도 두 형제를 중심으로 온갖 불륜과 사랑이 일어나지만 정작 두 형제만큼은 어떠한 연애와도 무관하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안타깝다. 화면 밖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이들 형제가 얼마나 순수한지 알고 있는데, 이 수많은 여자들이 이 형제의 편안함만을 가져가는 모습에서 괘씸함을 느낀다. 동시에, 그래도 행복한 삶에 연애라도 빠져 있어 덜 부럽다라는 생각도 든다.
이들은 너무나 행복하기에 보고있으면 내 삶과 비교가 되서 우울함이 든다. 에쿠니 가오리의 특징, 등장인물의 삶이 평범해 보이지만 정작 너무 평범해서 부럽다. 우리는 지독하게 투쟁적인 삶을 보내는데 비해 저들은 행복하고 무난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창문을 열어 놓고 따듯한 햇살을 받으면서 누워 자는 낮잠. <마미야 형제>는 그런 느낌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