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질투하는 문명] 현상의 편린 모음

슬슬살살 2020. 11. 19. 22:01

설민석, 조승연과 같은 한국의 인기있는 인문학 저자를 중심으로 하는 최근의 트렌드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인문학 서적들이 이런 식이었던 건 아니다. 예전에는 무지하게 두꺼운 전공서적에 가까운 교양서거나 아니면 이 책처럼 요점만 요약해 놓은 마치 수험준비서와 같은 서적이 유행했었다. 


1789년, 실로 175년만에 소집된 삼부회는 처음부터 결의 방식을 둘러싸고 성직자 및 귀족과 평민측이 대립했다. 거기에서 평민대표는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를 쓴 세이에스의 제안으로 그들의 부회를 국민회의라고 불렀다. 


2백여가지의 세계사 상식들을 담고 있지만 위의 예시처럼 아주 단편적으로 현상만 나열하는데에 그치고 있는데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 다른 중요 사건과의 인과 관계 등을 연결하는데는 부족함이 있다. 일본의 인문학 서적이 대부분 이런식인데 얼마 전 읽은 <씽킹 프로세스>도 그렇고 뭔가 일본의 독자들이 호흡이 긴 고찰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역사에 대한 인식 부족과 왜곡의 결과가 아닐런지... 참고로 위의 삼부회는 단순히 저런 현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평민들이란 상인, 즉 부루주아 계층을 말하는 것이었고 이 삼부회의 결렬이 파리 혁명을 일으켰으며 마지막으로 나폴레옹을 복권시키고 입헌군주제로 돌아오는 길이었다는 아주 중요하고 부차적인 앞 뒤 스토리가 이어져야 마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