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멸망했다. 이땅에 태어나 지구를 갉아먹으며 문명의 바벨탑을 세우던 인류는 핵전쟁과 함께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이 핵전쟁은 지구 전체를 덮친 듯, 미국도 이탈리아도 독일도 모두 무너져 내렸다. 러시아에서는 고작 몇만의 인류만이 촘촘한 지하철을 피난처 삼아 겨우 명맥을 이었으나 그것은 이미 짐승에 가까운 형태였다. 겨우 역 한 개, 한 개가 국가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방사능으로 인해 거대해진 쥐떼의 습격이나 가스가 나갈 곳 없는 지하철에서의 작은 화재는 한 개 역(국가)을 초토화 시킬 수 있다. 나약한 호모사피엔스들은 겨우겨우 버섯과 이끼, 지상에서 가져 온 비타민제로 연명한다. 번화가, 웅대한 건물, 후덥지근한 여름에 머리카락을 날리고 얼굴을 스치는 그 상쾌한 바람이 있는 세상으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