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345

스즈메의 문단속: 일본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모두 가진 영화

이후 오랜만에 만난 일본 애니메이션 수작이다. 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일어나는 대규모 재해를 막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실제 사례를 다뤘다. 여기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 열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신화와 버무리는데 판타지임에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에서 지진이 잦은 것은 지하에 지진의 요괴(?)가 봉인되어 탈출하려 하기 때문인데 ‘소타’가 대대로 이들의 탈출을 막아내는 가업을 지니고 있다. 일련의 사고로 의자로 몸이 바뀌어버린 ‘소타’를 도와 여고생 ‘스즈메’는 지진의 문을 닫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다녀올께" 영화의 마무리, 난데없는 두 주인공의 러브라인의 연결을 제외하고는 나무랄 곳이 하나도 없는 수작이다. 일본을 여행하는 모습에서는 실..

영화 삼매경 2023.05.16

멍뭉이: 자극 없이 따뜻한 멍뭉이들

딸아이와 둘이 데이트 삼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본 영화.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못 기르는 한이라도 풀어주려 골랐다. ‘멍뭉이’는 차태현과 유연석 배우의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이 잘 녹아 있는 힐링 영화다. 자신의 반려견 ‘루니’를 사정상 다른 곳에 맡겨야만 하는 주인공 유연석이 친한 형 차태현과 개를 맡아줄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그린 로드무비다. 코미디 로드무비가 그렇듯이 길 위에서 그들은 많은 귀여운 개들을 만나고 스스로 성장하며 결국 진정한 안식처는 자기에게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전형적인 영화다. 그렇지만 그림 같은 배경과 곳곳에 배치된 강아지들의 치명적인 귀여움이 영화 내내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가끔 자극 없는 영화가 가슴을 울리는 영화다. 채은이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영화 삼매경 2023.04.30

서치 2 - 디지털의 아름다움

전편과 이어지는 것은 없지만 오로지 디지털 매체의 화면만을 이용한다는 특징때문에 서치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 봐야 할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의 진보를 시리즈로 남긴다면 바로 이 영화다.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아나가는 과정 속에서 대행 서비스 플랫폼, 우버, CCTV 관리, 번역, 채팅, 페이스타임, 온라인 결제, 비밀번호 찾기 등등 온갖 디지털 수단들을 활용하는데 그 하나하나가 현재의 우리 삶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고 감성적이다. 예상치 못한 진범이 나타나고 위기를 이겨내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플롯은 구태하지만 유려한 그래픽의 애플 화면은 영화 내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차가운 디지털의 영역에서 디자인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영화다. 또한 채팅에서 머뭇거리는 순간, 커..

영화 삼매경 2023.04.09

더 퍼스트 슬램덩크 - 다시 한 번 돌아온 ‘농구가 하고 싶어요’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 중 슬램 덩크에 ‘꽂히지’ 않았던 사람이 누가 있을까. 속칭 ‘왜색’이 짙은 만화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꿔서 출판해야 할 만큼 규제가 심하던 시절에도 ‘슬램 덩크’는 엄청난 인기를 몰아치며 수많은 남학생들을 농구장으로 이끌었다. 한 경기를 거의 반년에 걸쳐 연재할 만큼 긴 호흡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지만 그 누구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단행본을 가진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 슬램덩크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극장판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무려 ‘새 에피소드’를 들고서. 강백호 대신 송태섭을 중심에 둔 이 극장판은 ‘만화’라는 한계를 넘어서 2월 27일 현재 어벤저스의 ‘앤트맨’ 신작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곧 애니메이션 흥행 2위인 ‘너의 이름은..

영화 삼매경 2023.02.27

아바타: 물의 길 – 기술이 보여주는 영화의 미래

전작은 기술로 만들어낸 영화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이면서 작품적인 면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2009년에 세워진 그 기록이 이번 속편으로 깨어질 것을 기대해 봤지만 아쉽게도 넘지 못했다. OTT로 인해 쪼그라든 영화시장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전작 ‘아바타’가 1위 자리에서 버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1313년 전의 아바타를 놀랍도록 뛰어넘었을 텐데 흥행은 그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이 아무리 올라왔어도 3D는 아직 익숙치 않은 환경임에는 확실하다. 처음에는 탄성을 자아내지만 2D에 비해 부족한 색감, 긴 러닝타임이 주는 피로도는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흐린다. 이 한계가 영화적인 흐름과 서사, 아름다운 색채가 주는 감동을 현저하게 떨어트렸다. 영화적인..

영화 삼매경 2023.02.25

올빼미 - 권력의 추악함

소현세자의 의문사는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미스터리 하고 의구심이 많은 사건이다. 청국에 볼모로 잡혀갔다 귀국한 일국의 세자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한 줄의 기록이 전부인지라 많은 이들에게 오만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물론, 비극적인 일이지만 창작자에게는 매력적인 이슈다.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이 비극적 사건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흡입력 강한 역사적 토대 위에 주맹증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강력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시시각각 반전 요소를 곳곳에 집어넣어 갈등 구조가 실시간으로 변한다. 영화 중반까지는 관객들이 범인을 궁금해 하지만 어느 시점을 분기로 이야기의 방향 자체가 알 수 없게 되어버려 끝까지 스릴을 잃지 않는다. 독선적이면서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인조 역할의 유해진 ..

영화 삼매경 2023.01.19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 영광의 날들은 가고

이제 어벤저스는 예전의 영광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1세대 이후, 스파이더맨을 제외하고 새로운 구심점은 없어 보인다. 블랙팬서, 샹치 같은 미래 세대 캐릭터들이 강렬한 흡입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하나같이 힘을 못 쓰고 있다. 특히 이미 스페이스 오페라 규모로 넓어져 버린 스케일은 더 이상 현실 세계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너무나 부적절하다. 타노스급의 괴물들이 우글대는 위협에서, 전설의 바다종족이 나타나는 지구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이나 이상 기후문제 같은 지구적 규모의 문제를 다룰 수 없어져 버렸고 점점 현실세계와 동 떨어진 이야기만을 하게 되어 버렸다. 특히 블랙 팬서 시리즈는 첫출발이 괜찮았기에 더 아쉽다. 물론 과도한 오리엔탈리즘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비밀스러운 국가 ..

영화 삼매경 2023.01.15

'정직한 후보 2' - 거짓말에 대하여

정치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서 해녀로 살아가는 주상숙이 다시 정계로 복귀하고 강원도지사에 당선된다. 처음에는 진심을 다해 도정을 돌보지만 점차 인기에 영합하며 초심을 잃고 다시 거짓말을 못하게 되어 버린다. 이번에는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까지 함께. 결국 거짓말을 못하게 된 주상숙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OO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은 수많은 미디어의 소재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사람도 있고, 어떤 때는 괴물로, 히어로로 변모한다는 소재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특히 일정 수준의 노력 없이 ‘갑자기’ 그렇게 된다는 게 대리만족의 정점을 찍게 만드는 원인으로 보인다. 최근 유행하는 이계로의 전이, 과거로의 회귀는 더 이상 현실세계로..

영화 삼매경 2023.01.10

‘수리남’ - 악의 한 복판에서

이제 일 년에 한 편씩은 꼭 넷플릭스에서 한국 히트작이 등장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번에는 헐리우드에서나 나올 법 한 누아르 수사 드라마 ‘수리남’이다. 돈을 벌기 위해 수리남으로 넘어간 강인구가 마약 전쟁의 한 복판에서 벌이는 액션물이다. 평범한 사람이 우연히 범죄에 연루되는 전형적인 스토리이지만 압도적인 비주얼,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전히 획기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서 역시 윤종빈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6부작이지만 아마 1편씩 본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몰입도가 있다. 한국에서는 없어서 못먹는 홍어를 버린다는 수리남에서 홍어 사업을 시작한 강인구. 강인구는 타고난 넉살로 적당한 뇌물로 문제없이 사업을 이끌어가지만 어느 날 그의 홍어에서 마약이 발견되면서 사업은 마약 쪽으로 넘어간다...

영화 삼매경 2022.12.18

‘한산: 용의 출현’ 의와 불의의 싸움

우리는 역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알고 있는 것은 결과뿐이다.. 한산에서 이순신이 적을 무찔렀다는 사실 한 개만 전해지기 때문에 나머지를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는 역사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영화적으로 이순신 장군은 무한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캐릭터다. 적을 맞아 무패 하였으며 어려운 조국의 승리를 홀로 견인했다. 온갖 고난에 시달릴 뿐 아니라 내부의 적으로부터까지 공격받았다.. 소설로도 이런 캐릭터가 있다면 개연성이 없는 판타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현실에서 이뤄진 일이다. 지금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명량에 이어 한산, 노량으로 이어질 이순신 트롤로지는 흔히 말하는 국뽕으로 흐를 요소를 가지고 있는 데다CG의 양이 많고 고증 이슈도 있어서 자칫 삐끗하기라도 하면..

영화 삼매경 202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