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이 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일컫는 말이다. 밝은 빛의 양지가 있다면 어두운 음지도 있다. 음지에 비탈진 곳이라면 어떨까. 어쩌면 비장하기까지 한 이 말을 제목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울하고 처연하며 답답하다. 그저 불쌍한 노인의 일평생을 들여다 봐서가 아니라 그것이 사실에 가깝기에 읽는 이의 심경은 복잡하다. 조정래 작가님은 이 소설을 중편에서 장편으로 개작한 이유를 TV에서 본 한 장면으로 꼽는다. 최근에 어느 텔레비전 화면에 70객의 할머니 둘이 폐품 종이상자를 서로 뺏으려고 다투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떤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폐품을 주워 팔아야 하루 벌이 천 원이 될까 말까 하다며 탄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존재가 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