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보면 유치하기 그지 없는 신파의 한 가닥인 소설이지만 묘한 몰입도가 있다. 전후에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서울 토박이, 김관식이 겪는 이야기다. 관식은 대한민국이 가장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그래도 어영부영 고등학교까지는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세희라는 여고생을 만난다. 첫눈에 반한 관식이지만 어째서인지 다가가지 못하고 정작 다른 친구들이 세희와 어울린다. 재필이의 용기가 관식이는 부러웠다. 그것이 설령 세희라는 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엇인가 그렇게 확실하게 살아가는 목표를 정하고 있는 것 같은 재필이의 태도가 부러웠다. 그러는 자신은 무엇인가. 친구들이 말라르메를 이야기하고 보들레르를 얘기할 때에도 그저 시큰둥하기만 했다. 마음속에 무슨 심지가 있어서 그래 너희들은 미래의 말라르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