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저 근현대의 아픈 상처로 남기기에는 희생자의 수가 너무 많다. 그 작은 섬 제주에서 무려 6만이 죽어야 했으니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결코 홀로코스트에 뒤지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제주에서 일어났는가, 여수와 순천까지 번진 이 대학살은 도대체 어떤 배경이 있는가. 1991년 발표한 '한라산의 노을'은 숨기기 급급했던 제주 4.3 학살을 가장 사실에 가깝게, 편중되지 않은 시각으로 써 내려간 르포 형식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실제 인물들에 하나하나 접근해서 각각의 시각으로 4.3 사건의 실체를 탐구한다. 제주 사름덜은 오죽 서로 간의 의논을 잘한다고. 잠수들은 불턱(제주 해녀 전용 바닷가의 야외탈의장)에서 밭일하는 아낙네들은 수눌음에서, 일상 하는 게 의논하는 거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