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콰이어트 걸] 엉망진창 난해함. 지루한 읽기. 하품나오는 결말.

슬슬살살 2015. 8. 6. 21:44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다. 별별 소설을 많이도 읽었지만 이렇게 알 수 없는 소설은 처음이다. 난해한 정도가 아니다. 두개의 전혀 다른 소설을 페이지를 찢은 뒤 무작위로 섞어도 이정도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다고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촘촘하고 섬세한 문장들은 페이지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고 작가 페터 회의 여러가지 식견들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광대와 지진이라는 스토리 역시 참신하다면 참신한데 어찌 이리도 엉망진창일 수 있을까. 솔직히 이중인격자가 매일 다른 인격으로 써내려갔다 해도 믿을 정도. 그럼에도..

 

이렇게 엉망진창임에도 스토리는 이해가 간다. 먼저 주인공인 카스퍼라는 서커스 광대. 단순한 광대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발산되는 소리와 음조를 느끼고 성격이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일종의 독심술과 투시력의 혼합 형태의 능력이다. 여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설득하는 능력까지. 이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카스퍼지만, 삶은 팍팍하다. 온갖 탈세로 덴마크에서 추방당하기 직전, 어떤 아이를 구하게 되는 일에 휘말린다. 다 읽은 지금까지도 왜 그 임무가 주어진건지 모르겠다. 누가 준건지, 아니면 개인적인 정의감 때문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가진 '클라라마리아'가 납치당한다. 이와 비슷한 아이들이 함께 납치 되었고 단서는 '카인'이라는 단어뿐이다. 이정도면 대충 보더라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은 카스퍼가 '클라라마리아'를 찾아 헤메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는 카스퍼의 심리상태에 치우쳐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사건과 그 해결, 미스테리, 스릴과 액션보다는 독백과 각성, 특수한 능력에 따라붙는 음악적 감정 등이 전면에 나선다. 당연히, 재미가 없다. 이 아이들이 지진을 예측하는데 쓰여졌고 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그 순간까지도 이 소설은 낮은 '도'를 두드릴 뿐이다. 클라이막스에서는 조금이라도 그 음이 올라가도 좋았으련만, 전혀 변화 없는 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이다.

 

난해함을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시간의 불규칙이다. 챕터마다 다루고 있는 시기가 제각각임에도 이를 알아챌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 미래-과거-현재를 마음대로 오가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아 시간적 흐름, 사건의 인과관계를 잡아채기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바다 건너 덴마크의 흔한 지명 하나 모르는 한국 독자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구성이다. 이걸 불친절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미쳤다고 해야 할까. 어느쪽이건 읽는 이의 과한 집중과 관심을 필요로 함은 변함 없다. 그렇게 집중한 후에 주어지는 쾌감이 없음에도..

 

PS. 단언컨데 최악이다. 이 책 덕분에 7월 한달 독서를 망쳐 버렸다. 읽히지 않는 주제에 재미까지 없다니... 장바구니에 담았던 페터 회의 책들은 모두 휴지통으로~~그나마 평이 좋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정도만 읽어 보려 한다.

 

 


콰이어트 걸

저자
페터 회 지음
출판사
랜덤하우스 | 2010-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밤은 그저 하루 중 한때가 아니며, 단순히 짙게 압축된 빛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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