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판타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현승의 데뷔작이다. 지난달에 '콰이어트 걸'을 읽느라 너무 골머리를 썩었는지라 가벼운 판타지 소설을 선택했다. 가끔씩 머리 식히는데는 무협이나 판타지만한게 없다는 생각에 골랐는데 확실히 한국 판타지 초창기 작이고, 통신소설이라 그런지 유난히 가볍고 슬슬 읽히는게 쫄깃쫄깃 했다. 당시 작가가 대학생 신분에 가볍게 연재한 작품이어서 문장은 헐겁고, 인과관계는 맞지 않으며 설정은 중2병 스럽지만 재밌다.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덧 캐릭터에 푹 빠지게 된다.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 다만 문장은 취약하기 그지 없지만, 이우혁 작가의 초창기 문장을 생각해 보면 그리 못 쓴 글도 아니다.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강자들, 배경을 알 수 없는 초인들, 정체를 숨기고 있는 악의 집단까지.. 판타지 히어로물이 줄 수 있는 재미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보다 훨씬 많은 수의 등장인물이 나오면서도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도 훌륭하다. 최고 강자인 현호, 최강 마법사 시드, 대륙 최고 명문 검사 가문의 제일린 등 초반부터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비중을 억제하고 주변 인물들을 그때 그때 발굴해 나가면서 성장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이게 압권이다. 슈안, 레일, 알 같은 인물들이 이런 식으로 다뤄지는데 소설 내 힘의 밸런스를 맞추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당시 윤현승은 글은 잘 못써도 감각은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을 수 있겠지. 검색을 해 보니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작가로 자리하고 있는 걸 봤는데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세 주인공. 제일린, 시드, 현호는 대륙 정벌의 꿈을 꾸고 있는 다트로피아 제국에 대항하여 랜시아에 몸을 담는다. 여행에서 함께 하게 된 슈안, 아버지의 뒤를 이어 랜시아에 충성하는 레일도 함께. 대체 왜 다트로피아는 무리하게 공격 생명체까지 만들어 가면서 대륙을 전쟁으로 몰아 넣는가. 또 이들의 핵심 전력인 다크 나이트는 누구인가.
결론적으로 다트로피아의 침략을 저지한 랜시아군은 마지막 결전에 임하고 적의 수장 에스턴을 쓰러트린다. 에스턴의 정체는 인간에 의해 약탈당하고 죽어나갔던 하이엘프족의 마지막 생존자. 그러나 끝까지 알 수 없는 최강자 현호와 현아의 배경은 드러나지 않고 2부로 넘어간다. 인류 마지막 전쟁이라는 다크문의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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