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는 되도록 읽지 않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궂이 읽겠다고 한다면 원제를 먼저 보도록 하자. 절대로 번역된 제목으로 혹해서는 안된다. 그때 그때 유행하는 제목을 따라 내용과 상관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가장 대표적인 수법으로 유명 자기계발서의 제목을 살짝 비틀어 속편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이 책 역시 제목은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이지만 원제는 'Change is Everybody's Business'다. 늘 타성에 젖어서 행동으로 옮기는 걸 주저하는 이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된 글이다. 제목만 가지고 에둘러 의역을 한다면 국문 제목과 통하는 바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변화'는 일반적인 행동의 결심을 의미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제목과 내용에 갭이 생겨 버린다. 역시나 읽는 이만 바보가 될 뿐이다. 비슷한 제목의 <바보들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역시 불쏘시개 라인. 누가 더 좋은 불쏘시게를 만드냐는 경쟁 속에 무려 두권이나 읽어버린 나 역시 바보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책은 '변화'를 말한다. 이 변화란 리더로서의 변화, 즉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나열되어 있는 실천 과제들 - 어느 책에라도 나올 법한 - 을 실천하기만 하면 리더십 완성. 이렇게 쉬운 길이 있는데 사람들은 왜 어려워 하는 걸까. 그건 자기계발서 대부분이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읽고 삶을 변화시키는 이가 1%라면 자기계발서로 인생이 바뀌는 이는 그것의 1%정도나 되지 않을까.
강한 신념과 품성을 가져라, 강한 행동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내 자신이 하나의 기업이 되자, 자신의 인적 자원 관리자가 되어라 등등. 틀린말은 없지만 쓸말도 없는 무의미한 종이낭비.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HR 교육기관의 교보재를 번안한 수준이라고 할 때, 이 책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를 변화 시키는 건 이런 책이 아니라 순간의 결심이다.
Feat. 불쏘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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