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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밤 냄새 물씬, 코끝을 간질이고

슬슬살살 2016. 10. 3. 19:10

 

가을밤의 낭만을 만끽할 만한 곳이 여럿 있겠지만 낙산공원만큼 세상과 괴리되는 곳도 없다. 끔찍한 주차난에 사람들 바글바글한 대학로를 거쳐야 하지만 산위로 오른 후부터는 조용한 옛날 동네가 나타난다. 이곳이 이화마을. 예쁜 벽화들로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주민들이 관광객에 고통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 교복을 입고 마을 곳곳을 누비는 젊은 아가씨들이 있는가 하면 유모차를 밀고 올라온 부부, 주차할 공간을 찾아서 좁디좁은 골목을 헤메는 관광객이 쓰레기 분리수거 중인 아저씨, 개를 산책시키는 할머니를 만나는 독특한 공간이다. 이제는 거의 사라져 버린 낡은 공간 속에서 느끼는 감성의 냄새에 취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곳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이화마을 골목골목을 따라 낙산공원으로 오르다 보면 예쁜 카페들이 서울 야경을 내려다 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카페촌을 넘으면 곧바로 낙산공원의 정상이다.  

 

 

유명세에 비해 작은 공원이다. 공원의 규모보다는 서울 하늘을 내려다 보면서 느끼는 잠깐의 여유, 코 끝을 간질이는 가을 바람이 가져다 주는 일탈 느낌이 이곳을 찾게 하는 이유다. 

 

 

 

 

낙산 공원을 찾는 이들의 또하나의 특징. 산에 오듯이 아웃도어 차림보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데이트 복장이 훨씬 많은 것. 아마 대학로에서 데이트 후에 이곳에 오르는 모양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하나의 데이트 코스로 훌륭하다는 것.

 

 

원래는 해가 지는 모습을 보려 했는데 시간을 잘 못맞춰서 다시 내려갔다 와야 할 모양이다. 공원 뒤쪽으로는 성벽길이 그럴싸하게 펼쳐져 있다.  

 

 

저녁 식사 후에 다시 찾은 낙산공원은 이미 어둠이 깔려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어둠. 그리고 저 편으로 펼쳐져 있는 서울 야경이 너무 예쁘다. 추석 연휴기간이어서 야근하는 회사가 없어서인지 불빛이 좀 적다.

 

 

다시 대학로로 내려오는 골목길. 밤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이 작은 골목길에서의 짧은 밤이 무척이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