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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별주부 마을] 맛조개 10마리를 위해 천삽뜨기

슬슬살살 2016. 9. 20. 22:33

 

태안에 있는 별주부마을. 별주부전을 테마로 꾸며진 체험마을이다. 그래서인지 바닷가 중간에 토끼를 업은 거북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주변엔 독살 체험장이 있다. 뻘이 단단해서 푹푹 빠지는 일 없이 쉽사리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의 목표는 맛조개 캐기. 대부분 무료로 뻘에서 캐지만, 유료 어장에서 하는 편이 잡는 요령도 듣고 여러모로 유리하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스웩~! 발에 걸리는게 조개에 소라게들이다. 부지런히 자신만의 어망에 담아 넣는다.

 

 

맛조개 캐기가 처음은 아니다. 2014년 방포해수욕장에서 1박을 하면서 맛조개에 도전한 적이 있는데 단, 한마리도 못잡고 실패했었다. (보러가기)

그때는 맛소금과 삽만 가지고 무작정 뿌리고 파헤치기만 했는데 오늘 전문가에게 설명을 듣고나니 왜 헛진인지를 알게 되었다. 역시 요령이 있어야 해. 맛조개 잡이의 핵심은 삽질. 얼마나 물이 안생기게 땅을 파느냐와 부지런하게 삽을 놀리느냐가 관건. 군대에서도 잡아보지 않았던 삽을 이곳에서 야물게 잡게 됐다.

 

먼저 삽을 반삽정도 파낸 다음 물이 생기지 않도록 앞을 메워가면서 조금씩 비스듬하게 파내려 간다. 이 때 타원형의 구멍에 굵은 소금(맛소금은 생태계를 파괴한단다)을 부으면 맛조개 녀석이 머리를 쑥 내민다. 이 때 잽싸게 잡아 밀땅을 하다보면 쏙 빠진다.

 

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고된 작업. 2시간이 넘는 삽질에 온몸이 쑤시고 생각보다 성과도 좋지 않다. 잘 캐는 사람들은 한바가지씩 파내기도 하는데...

 

 

노력에 비해 보잘것 없는 실적에 분노중. 햇볕이 없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삽질에 흥미를 잃어버린 채은이만 갯뻘로 흙놀이에 열중한다.

 

 

어찌 어찌 동죽으로 한 바가지는 채웠다. 맛조개는 10개가 채 되려나. 그래도 잡고 나니 묵직하다.

 

서울에 돌아와 해감 한 후에 맛조개 10개를 삶아서 먹어보니 왜 시중에서 팔지 않는지 이해가 된다. 쫄깃한 식감은 괜찮지만 흙냄새가 좀 난다. 양도 너무 적고... 동죽은 운송에 실패했는지 비린내가 심해서 결국 이번에는 체험만으로 그쳤다. 삽질 덕택에 화요일까지 몸이 뻐근하지만, 이런 저런 체험 경험이 쌓여 가는게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