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구석구석 방랑가족(여행, 맛집)

등산.. 고작 600여 미터에 무너지다..

슬슬살살 2009. 9. 20. 23:08

아내가 산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결혼 전부터 알았었지만 이정도인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결혼 전에야 그냥 산에 가자하면 다른 데이트 준비하거나 맛있는거 먹거나 하는 걸로 비켜갈 수 있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시점이 옵니다.

 

한차례 북한산에 올랐다가 30분 가량 걸려 승가사에 도착해서 도망치듯 집에 온 일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 계속 산에 가자고 조르는데.. 며칠 전부터 얘기하는 터에 가기로 합니다.

일단 가기로 한거 등산복은 없지만 그까짓거!! 하는 생각에 오징어 하나하고 물을 사가지고는 출발했는데!!

배만 뽈록 한것이 아가의 몸매..

일명 베이비 바디라는 몸을 가지고 등산복 하나 없이 면바지를 입고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출발 20여분만에 기진 맥진한 저와 팔팔한 아내입니다.

누가 사내인지 원... 그렇지만 이거 절대 쉽지 않아!!

 

몇번을 쉰 끝에 승가사 입구 도착.. 이왕 여기까지 온거 사모바위에 오르기로 합니다.

 

다시 수십분을 고생한 끝에 사모바위 도착..

 

생사를 알 수 없는 저입니다.

죽음의 고개에서 간신히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그래.. 살아남은자가 강한거야!!

 

조금 쉬자 기운이 좀 납니다.

비록 땀으로 엉망이 된 모습이지만 정상에 오르니 기분은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등산 좋아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정복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이제 내려간다는 안도감이랄까...

 

사실 여기까지 오면 사모바위에 오르고 싶겠지만..

등산화를 신지 않은 저와, 미끄럽거나 가파른 곳은 무서워 하는 아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정작 바위 끝까지는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 대신 바로 아래서 기념사진!!

 

저라도 오르려 해 보지만 운동화라 포기!!

물론 올라가기야 하겠지만 위험이란 것은 아차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거랍니다.!!

장비도 없이 오르기는 위험!!

 

그래도 한쪽 구석에서 정상인 척!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마음만은 정복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실제로 북한산을 정복하는 것은 이로부터 약 1년 후 http://blog.daum.net/albatro9/64)

 

아~ 그래도 경치는 좋구나야~~~(야호)

- 산에서 야호는 하지 말아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