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영화들이 제작과 마케팅간의 의사 소통이 안된다. 특히 컬트적인 요소가 있는 영화일 수록 그 경향이 심한데 그건 홍보 담당자들의 마케팅 분석 툴 밖에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끔찍하다. 알고보면 끔찍한 호러물이 배꼽잡는 코메디로 홍보되는가 하면 강한 시의성을 가진 영화가 액션으로 포장된다. 대표적인 예가 <지구를 지켜라>가 되겠다. 이 영화는 어마어마한 반전과 날카로운 B급 코메디, 포악한 잔인성을 가진 독특한 영화였으나 마케팅의 실수로 전형적인 한국 코메디로 홍보됐다. 나중에 입소문을 타고 재개봉을 할 정도의 수작이었음에도 개봉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두가 길었는데, <콜드 체이싱>도 비슷하다. 리암 니슨을 데리고 홍보를 하려니 <테이큰>을 끌고 들어왔는데, <콜드테이싱>과 <테이큰>은 전혀 장르가 다르다. 이러니 리암 니슨표 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은 사기당한 기분이 들고 블랙 코메디를 좋아하는 이는 영화관을 찾지 않게 됐다. 잘못됀 사전 선입견이 영화를 보는 재미마저도 반감 시킨다. 중반이 되어서야 영화의 정체를 알게 된다니. 다시 본다면 또다른 맛이 있겠지만, 그럴 생각은 들지 않는다.
<콜드 체이싱>은 컬트 영화다. 게다가 코메디는 한국의 정서와 유사한 코드로 전개되기 때문에 꽤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제설차를 운전하는 리암 니슨이 죽은 아들의 복수를 하고 이와 관련한 두 개의 갱단이 서로를 오해하고 전쟁을 치른다. 영화는 이상한 부분에서 웃음 포인트를 가지는데 사람이 죽을 때마다 비석 형태의 자막을 띄운다던지 난데 없는 동성애, 성기에 총을 난사하거나 분쇄기로 갈아버리는 잔인함까지 기존의 영화 공식과는 많이 다르다.
<콜드 체이싱>은 '직업'에 대한 대한 영화다. 모든 등장인물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자신의 직업을 충실히 수행한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는 별개로 기계처럼 '직업'을 수행하는 모습은 묘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킨다. 리암 니슨은 아들의 복수를 직업처럼 묵묵히, 감정없이 수행한다. 갱단들은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지만 정작 인간에 대한 존중은 없다. 그냥 갱단일을 하고 있으니 복수를 할 뿐이다. 오로지 사이드 캐릭터인 신임 여성 경찰 한명만 직업윤리란 걸 살짝 보여 준다. <콜드 체이싱>이란 이름이 주듯이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묵묵히 치워나가는 것처럼 무뚝뚝한 얼굴로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것, 이게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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