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아쿠아맨] 끔찍한 DC의 특촬물

슬슬살살 2019. 4. 6. 19:27

역시 영화는 스크린으로 봐야 한다. 특히 블록버스터는. 핸드폰으로 본 DC의 히어로, 아쿠아맨은 인형탈을 뒤집어 쓴 특촬물에 못지 않았다. 히어로물이라는게 수많은 CG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보다 좋은 화면으로 봐야 하는 건 맞지만 화면의 크기로 영화의 몰입도가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 건 기본적인 시나리오와 설정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대다수가 그렇듯이 DC보다는 마블에 훨씬 몰입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슈퍼맨 때문이다. 노력을 하거나 우연찮게 얻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블의 히어로들은 인간적인 생각이 드는데 슈퍼맨부터는 거의 신의 영역이라 공감이 가질 않는다. 바다의 신,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어가는 인간과의 혼혈이라는 아쿠아맨도 신의 영역에 놓여 있다. 물론 고대의 전쟁 이후 바다로 거처를 옮긴 종족이라는 설정이 따라붙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간성을 느끼기에는 괴리감이 있다.


<아무리 봐줘도 특촬물을 넘어서지 못한다>


영화는 더더욱 끔찍한데 일단, CG빨을 빼고 난 아쿠아맨은 아무것도 볼 게 없다. 흔하디 흔한 금지된 사랑의 결과물이 자신에게 주어져야 했을 왕좌를 찾아 떠난다, 인류를 노리는 이복형제를 막아서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내다 등등 역사 속에서 수없이 변주되어 식상하기 그지 없는 소재를 조금의 고민도 없이 그대로 쓰고 있다. 원작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좋은 노래도 시대에 맞는 편곡이 따라야 한다.


보는 내내 울트라맨 시리즈가 떠올랐다. 괴상한 복장의 아틀란티스인들도 그렇고 알록 달록한 배경도 작은 스마트폰 안에서는 매력을 잃고 80년대 특촬물로 보인다. 졸린 눈을 비비며 며칠에 걸쳐 겨우 완주했지만 오랜만에 본 DC에서 다시 실망을 느낀다. 솔직히 이름도 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