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롱 리브 더 킹: 목포영웅] 해바라기를 과연 넘을 수 있을까.

슬슬살살 2019. 11. 9. 17:53

우리 말로 하면 "전하, 만세" 정도가 되겠다. 이른바 새 왕이 즉위할 때 외치는 구호 같은 건데 영화의 내용과 썩 어울리는 제목은 아니다. 손 씻은 건달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정도로 "롱, 리브 더 킹"이라니. 적어도 천하를 제패한 황제 정도는 되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김래원에 100% 의존하고 있는 이 영화는 <해바라기>의 확장판 같은 영화다. 싸움에는 최고지만 순박하고 고지식한 주인공이 단칼에 손을 씻어내지만 주변은 도와주지 않고 결국에는 주먹으로 다시 사건을 해결해내는 마초적인 스토리다. 이게 마동석 유니버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한 쪽이 누가 봐도 주먹 강자 포스를 보인다면 또 한쪽은 조금 기우는 느낌이 든다. 재밌는 건 이 영화에도 마동석이 등장한다는 사실..

영화 <해바라기>는 특정한 장면 하나로 유명해 진 영화다. 개봉 당시에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어마어마한 회차를 영화 채널에서 틀어댔고 또, 아무 지점에서 보기 시작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는 직선적인 스토리와 남자의 피를 끓게(?) 하는 액션 신 덕분에 역대 액션 영화 수위에 오른 특이한 케이스다. <롱 리브 더 킹>이 <해바라기>의 팬 층을 그대로 흡수하려는 전략을 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너무 충실했던 걸까. 영화는 <해바라기>의 극장 성적 그대로, 처참한 패배를 기록했고 개인적으로는 <해바라기>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심지어 등장 자체만으로 명대사 서너개는 기본적으로 만든다는 마동석 조차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물론 특별출연 수준이기는 했지만)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현실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핍진성은 있어야 한다.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지역 조폭이 시민 사이에서 영웅이 되고 국회의원에 도전한다는 건 아무리 그 사이에 짝사랑이 있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해바라기>에서 김래원이 손을 씻은 건 자기가 죽인 사람의 어머니로부터 용서를 받았던 거고 폭발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에는 충분히 전후 관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 눈에 반해 잘 나가는 건달을 때려 치우고, 그 아래 있던 아우들이 아무 저항 없이 이를 따르며 개그적인 활동을 지속한다 것, 그리고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상대 후보의 비리를 까발리는 식의 일차원적인 접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쉽게 접근했고 쉽게 만들었으며 쉽게 잊혀지게 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