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으로의 여름휴가가 너무 재미있어서일까, 아쉬워서였을까. 또다시 바다로 가고파서 고민하다 이번에는 갯벌에서 뭔가를 캐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년 전에 왔던 하나개 해수욕장을 떠올렸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이번에는 만발의 준비를(양파망, 캐는 도구 등등) 하고 왔는데 그새 전문적인 대여센터가 생겼다. 일인당 1만원 안쪽에 장화와 괭이, 양파망을 주고 돌아갈 때는 해감 주머니에 해수와 함께 담아주기까지 하니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는길은 순탄치 않았는데 요 몇년 사이 육지와의 연결다리가 생겨 접근성이 좋아졌는데 그 때문에 차가 너무 많이 막히는 악순환이다. 주차장도 좁고 길도 원웨이라 잘못 걸리면 하릴없이 기다려야 한다. 해수욕장은 인천답게 비릿한 냄새와 푸석한 모래, 꿉꿉한 공기, 갈매기, 강아지와 똥, 지저분한 화장실, 보기만 해도 끈적한 방갈로가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갯벌로 갈 계획이니까.
이곳 갯벌은 질척 거리지 않고 단단한 편이라 걷기는 편하지만 그만큼 파기가 힘들다. 그래도 전문 체험시설이라고(돈을 내지 않은 사람은 다른 곳에서 몰래 캐야 한다) 동죽을 뿌려 놓은 듯 캐기만 하면 조개가 딸려 나온다. 한마디로 캐는 맛이 있다는 뜻이지.
한참을 캐다보니 허리, 어깨가 아려온다. 앉은뱅이 의자라도 가져올 것을.. 어쩌다보니 오늘은 아빠의 재주가 먹히는지 금새 두망을 가득 채웠다. 한번 괭이질에 서너개씩이 딸려올라오니 재미도 있었고...
두어시간 캤을까. 무려 4망을 가득 채워서 금의환향. 마을회에서 포장해 준 동죽을 집에와서 다시 소금물로 해감, 하루를 고박 해감한 후에 삶았더니 짭쪼롬하니 여간 맛난게 아니다. 첫번째 끓인 동죽은 너무 짜서(다음날 와이프 얼굴이 어마어마해졌었다) 두번째부터는 물만 가득 부어서 끓였더니 좋은 술안주가 되었다. 해감도 잘되서 사흘을 내리 조개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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