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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비오는 날의 산전수전!! 태백산 정복기!!

슬슬살살 2011. 10. 26. 23:13

주말 태백산을 다녀왔습니다.

 

 

 

관악, 내장, 도봉, 북한 등등 산들은 등산을 많이들 가는 것 같은데 그 유명한 태백산은 등산간다는 소리를 많이 못들어 봤던것 같더군요.

눈꽃축제는 유명해도 말이죠.. 그래서 생각난김에 다녀오려, 아침 일찌감치부터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태백산 등산로>

 

보통 당골이나 유일사 쪽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취하는데 저희는 출발 전에 석탄 박물관을 보기 위해 당골에서 출발해 천제단을 지나 유일사로 돌아오는 코스를 밟았습니다. 후에 알고보니 유일사에서는 다시 역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잘 없어서 유일사 출발 코스를 많이 택한다고 하네요.. 이점 참고하시길~

 

 

태백역에서는 당골행과 유일사행 버스가 계속해서 있습니다. 이 중에 골라 타면 된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산행입니다. 전날부터 기상이 안좋더니 결국 비가 옵니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우비를 동여매고 출발준비를 합니다. 꼬카(꼬맹이 카메라)라는 애칭을 붙여준 이번에 새로 구입한 카메라는 출사 첫날부터 비를 맞네요

방수팩을 씌웠지만 너무 작아서 자동 로모효과가 나버립니다. 

 

 

2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초입에서 바로 단군성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태백산은 천제단을 비롯해 하늘과 소통하는 무속신앙이 잘 보이는 산인데 이 단군 성전도 그런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전설이든 아니든 한반도 역사의 처음을 장식하는 인물을 모시는 곳으로는 초라한 느낌이 들어 씁슬 했습니다.

조금더 교육적인 전시관과 사당을 잘 만들어 놓았다면 어땠을까요?

 

 

단군성전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산행이기는 하지만 반재까지는 무난한 오르막이라 편안하게 갈 수 있습니다. 트래킹의 느낌이 더 강한 태백산입니다. 방수팩 때문에 몰래카메라로 보일 것 같아 꼭 정면 사진만을 찍었답니다. ^^

 

 

 

비가 와서인지 산을 오르는 동안 단체로 온 한팀을 포함해 10팀도 채 못만났습니다. 아침에 같은 버스를 타고 왔던 '아이세명 어른하나 세트' 역시 중도 포기하고 내려오더군요..비가 와도 바닥이 미끄럽거나 가파르지 않아 힘든 점은 없었고 대화하면서 천천히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다만 경치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즐기는 산행이라기 보다는 걷는데 집중하는 산행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파란 우의를 보고 쓰레기 봉투 같다고 놀림도 받았습니다.

 

 

절반의 고개라는 뜻으로 짐작되는 반재부터 경사는 가파라 집니다. 그렇지만 깔딱고개 수준은 아니고요..

길도 널찍하고 등산로 표시도 위 사진처럼 잘 되어 있어 비때문에 시야가 약하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하기는 그러니까 입구에서 들여 보냈겠지요..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1시간 30분 정도 되자 망경사 앞까지 도달했습니다. 거의 다 온셈이지요..

시간으로는 12시가 조금 넘은 듯한데 비를 맞아서인지 힘도 빠지고 배도 고픕니다.

굉장히 중요한 사실인데, 당골에서 오르기 전 광장에서는 김밥이나 간식류를 파는 곳이 없습니다. 저희도 도착해서 살 요량으로 빵 몇개만 가져왔었는데 어쩔수 없이 그냥 산을 올랐고 결국에는 망경사 한켠 커피 자판기 부스에서 눈물과 빗물에 젖은 빵을 먹었답니다.

 

 

요것이 우리의 생명의 양식이 된

와이프표 쌘드위치

 

 

망경사의 전경입니다.

망경사는 용정이라는 유명한 약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구경도 못했습니다.

한국의 100대 약수 중 하나라고 하니 꼭 먹어봐야겠지만 알았다 하더라도 비때문에 마시기에는 곤란했을 것 같네요.

 

 

망경사를 뒤로하고 계단을 한 호흡 오르면 단종비각이 나타납니다. 단종은 후에 세조가 되는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뺏긴 뒤 강원도 영월로 유배 됩니다. 유배된 단종을 모시던 이 고을 부윤(지금의 군수) 추익한이라는 자가 태백산으로 오는 단종을 만나는 꿈을 꾸고는 이상해 영월로 달려가 보니 단종이 세상을 떳다고 합니다. 단종은 태백에서 산신령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으며 이런 단종을 기리기 위해 이 비각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태백산단종대왕지비>라 쓰인 이 비각은 오대산의 탄허스님의 친필이라고 하네요.

 

단종비각을 지나면 10분 안에 태백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도 많이 올 뿐더러 바람까지 거세 정상에 오른 순간부터가 지옥이었답니다.

 

비바람을 뚫고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

 

 

태백산 정상입니다. 다른 산과 달리 높이가 나와 있지 않은데 해발 1,567m입니다.

비바람 때문에 기념사진이 흔들려 버렸어요 ㅜㅜ

 

 

태백산이 일반 다른 산들과 다른 또 한가지!!

태백산 정상에는 하늘에 제를 올리기 위한 천제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천제단은 총 세개로 되어 있는데 정상에 오르자 마자 만나는 것이 바로 이 <천왕단>입니다. 개천절에 제사를 올리는 곳이 바로 이곳이지요..제단 안에는 붉은 글씨로 <한배검>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는데 이는 초대 단군 왕검을 이르는 말입니다. 오.. 우리가 아는 웅녀와 결혼해 인류를 만들어낸 이가 바로 이 <한배검>인것이지요.

 

 

<천왕단>을 벗어나 <장군단>으로 향하는 코스는 실제로는 얼마 안되지만 비바람에 몸이 차가워져 정말 죽음의 코스였답니다.

 

 

천제단을 이루는 두번째 제단 <장군단>

 

<천왕단>보다 조금 작은 <장군단>은 <치우천왕>이 지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한 곳입니다. 이 외에도 보지는 못했지만 <하단>이 한개 더 있는데 이렇게 <천왕단>,<장군단>,<하단> 세개를 통틀어 <천제단>이라 부르고 각각 하늘에, 인간에, 땅에 제사를 드리기 위한 곳입니다.

 

 

하산길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거짓말 처럼 바람이 멈췄습니다.

등산화와 바지가 흠뻑 젖어 몸도 으슬으슬하고 배도 고파 발걸음을 재촉 했습니다. (이때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자장면과 짬뽕)

뒤편으로 운무가 모락모락 오르는 것이 보이는지요?

 

 

 산 밑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단풍이 눈에 들어옵니다.

단풍이 서울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너무너무 예쁜 붉은 빛입니다. 이런 단풍은 정말 보기 어려운 단풍이지요..

날씨가 살짝 원망스럽습니다. 

 

 

날씨가 아쉬워도 비오는 날 태백산을 올랐다는 경험이 또하나 늘어난데 뿌듯함을 또다시 느낍니다.

 

덧붙임. 내려와서 시내로 나와 고대하던 자장면과 짬뽕을 먹고야 말았습니다.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