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폭풍채은 성장일기

공짜 만삭사진. 태어나기 전부터 주위와 비교되는 부모들.

슬슬살살 2012. 5. 20. 20:27

요즘 돌사진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그전에 없던 성장앨범 때문인건지,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특히 산부인과마다 특정 사진관에서의 만삭 무료권(?)같은 것을 등록할 때 끼워주기도 하지요.

 

처음에 당연히 이건 장삿속일꺼야.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단순히 사진을 찍으면 1장정도는 주고 또 여러장을 얻길 원하거나 원본이 필요하거나 사야하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런게 아니었답니다.

다른곳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녀온 이 곳은 만삭 사진을 찍고(찍을 때는 아주아주 친절합니다.)나서 사진 셀렉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상담을 하게 되는데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진은 받을 수 없습니다. 단 한장도 말이죠. 먼저 10만원을 내야만 만삭 사진 파일들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한 40분정도 촬영한 분량입니다만... 또 산부인과의 그 쿠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서비스를 받고나서 50일 사진을 찍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죄인처럼 있어야 합니다. 물론 10만원짜리 서비스 이용하고 추억으로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잘못 됐어요. 필요에 의해서 만삭사진 찍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면 될 것을.. 무료쿠폰이라 뿌려놓고 찍으면 다음번 50일 사진과 돌 사진까지 연계한 상품을 파는건 거의 강매에 가깝단 생각이 듭니다.(솔직히 10만원을 내고 찍을만한 사진도 아니었는데, 조삼모사처럼 지불시기를 바꾼것만으로 주객이 전도되버리는 놀라운 마케팅!!)  

특히 이것도 안하면 니들은 정말 나쁜 부모야.. 요즘 이거 안찍는 애들이 어딨니. 나중에 애가 서운해 한다. 등등 안 살 수가 없게 만들더군요..

그치만 오기가 생겨서인지 간신히 거절을 했습니다만.. 50일 사진까지는 못찍을거 같습니다.

 

사실 성장앨범.. 좋지요.. 하지만 찍는 동안 다른 아이들을 보니 애들은 힘들어만 하는것 같습니다. 나중 돌때야 사진관 가서 찍더라도 백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애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진찍기를 몇차례에 걸쳐서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1 게다가 이런걸 해줘야 좋은 부모야~~ 하는 생각들을 꼭 져버리고 싶었거든요. 사실 주변에 걸려있는 예쁜 사진들을 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꾹 참았습니다. 이건 아이가 좋은게 아니라 부모의 만족일 뿐이라고 생각했지요. 나중에 우리 꼬맹이가 커갈때 내 만족을 위해서 키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고맙게도, 와이프가 잘 이해해 줬습니다.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용해서 이상한 사업들이 너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주위에 물어보면 둘째 애는 안 찍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PS. 아내와 상의한 결과 똑같은 돈을 들이더라도 돌 사진은 정말 좋은 곳에서 찍고 성장앨범은 아빠의 사진 실력으로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사실 사진의 질은 더 안좋아도 그게 더 의미있지 않을까요?

  1. 신생아때, 산후조리기간동안, 50일에 7개월에 계속해서 찍어야 하더라고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