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어정쩡하다.
대표적인 한국형 재난영화를 꼽으라면 <해운대>와 <연가시>정도가 떠오른다. 둘 다 꽤 괜찮은 성적을 올렸던 영화들이다.
그 외에도 치명적인 전염병을 다룬 판데믹류의 재난영화나 좀비를 다룬 아포칼립스류의 영화들은 무수히 나와있다.
그 영화들 중 잘 만들어진 영화들을 살펴보면 두가지 특징이 있다. 재난 한복판에서 살아남는 인간의 고군분투를 밀착해서 보여주거나(28일 시리즈)
혹은 전 지구적인 상황연출을 통해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을 만들어내거나(월드워z)..그런데 <감기>는 그 어느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스토리를 살펴보면, 열혈 소방구조대원인 지구(장혁)와 싱글맘 의사인 인하(수애)가 가까워지는 시점에 분당지역에 판데믹이 일어난다.
돌연변이 인플루엔자가 분당을 덥치고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분당을 폐쇄한다. 그 안에서 인권은 한없이 추락한다.
자신에게 올 피해를 두려워 해 분당 폐쇄를 찬성하는 서울시민들과 오로지 표만을 의식하는 정치인들.
그 결과는 분당시민들의 고립과 무차별적으로 죽어나가는 감염자들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하에서 지구는 인하의 아이를 위해 헌신하며 인해 역시 아이를 지옥에서 꺼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인하의 딸이 항체를 가지게 되면서 분당은 극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이 과정에 시민을 구하기 위해 큰(?)결단을 내리는 대통령과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미국이 대립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역할이 너무나 미비하며 주인공 외적인 사람들은 모두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게임속 NPC처럼 감정도 없고 자신만 알고 있는 이들속에서 지구와 인하의 노력이 얼마나 의미없어 보이는지.. 그들은 항체를 구하고 더불어 아이를 구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감정적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가까운 예로 <타워>만 봐도 그렇다. <타워>의 주인공들 역시 의무감으로 무장한 이타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주변인물들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려는 인물들까지도..그래서 보는이로 하여금 위기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간접경험하고 끔찍함 속의 인간애 발현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었지만 <감기>의 주변인물들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다보니 뭔가 붕 떠 있는 그림만이 연출됐다.(도대체 주제가 뭐야? 자주국방?)
특히 불필요해 보이는 설정들.. 미국과의 대립, 정의에 불타지만 하는 일 없어 보이는 대통령 같은 것들이 시야만 흐트려 놓았다.
같은 주제를 다룬 정유정의 <28>이 텍스트 만으로 압도적인 연출을 해 낸 걸 보면 정말이지 생각없이 만들었다고밖에는 할 수 없다.
후반부에 종합운동장에서 엄청난 양의 시체를 소각시키는 장면은 대단했지만 앞 뒤가 너무 없다보니 이 장면 또한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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