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더 콜] 전화를 일찌감치 포기한 전화 스릴러

슬슬살살 2014. 10. 9. 16:09

영화에서 전화라는 매체는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가진다. 편지와 달리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는 특징과 사전정보 없이는 상대방을 알 수 없다는 독특함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극적 효과가 중요한 영화에서는 늘 중요하게 사용 된다. 잠깐 생각해 보아도 전화를 다운 작품이 상당히 많은데 <배리드>, <폰부스>, <그놈 목소리>, <더테러라이브>, <히트> 엄청나게 많다. 지금 적고 보니 대부분의 영화가 스릴러다. 그렇다. 전화는 스릴러에 최적합화 된 매개체인 것이다. <더 콜>은 이런 전화적 특성을 잘 이용한 영화다. 게다가 주인공이 전화를 주 업무로 하는 사람이다.  

 

 

유능한 911 콜센터 요원인 <조던>에게 강도가 집에 들어오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조던은 침착하게 신고한 소녀를 안내하지만 조던의 치명적인 실수로 소녀는 죽임을 당한다. 이 일로 트라우마에 빠진 조던이 어느정도 회복될 때 쯤, 이번에는 납치를 당하고 있는 소녀에게 신고가 들어온다. 일전의 실수에 대해 강한 후회를 가지고 있는 조던은 소녀가 탈출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전화로 돕는다. 납치범과 일전의 강도가 동일인임을 알아내고 전화를 넘어 실제 범인의 아지트에까지 침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소녀를 구하고 범인에게 멋진 복수를 하는데...

 

초반 조던의 실수라던지 조던의 안내에 따라 자동차에서 페인트 등을 이용해 구조메세지를 보내는 소녀의 모습은 영화를 긴박하게 만든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911 전화와 소녀와의 연결성이 매우 약하다. 범인이 너무 일찍 공개 되기 때문이다. 물론 평범함과 변태성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범인을 사전에 공개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확실하다. 내 주변에 있는 이가 범죄인일 수 있다는 극단적 두려움과 함께 범인에 대한 강한 적개심으로 결말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 전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목소리만 공개될 뿐 상대방을 알 수 없다는)은 일찌감치 포기해야만 했다.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조던이 없다고 해도 영화가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냥 납치범과 트렁크에 갇힌 소녀와의 대결만 있다 하더라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영화다. 조던이 전화로 한 것이라고는 탈출에 대한 지시와 소녀를 진정시키는 일 뿐이었으니...애초부터 조던의 역할은 없었던 거다. 그나마 범인이 누구인지 모를 때에는 전화상의 추측, 대화가 의미 있었지만 이미 범인이 알려진 이후부터의 조던의 역할이란.. 그냥 무기력한 관찰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관객보다 무기력했던 것. 이런 인물에게 동조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정의파였던 조던과 순진하기만 한 피해자 케이시가 갑자기 마지막에 범인에 대한 복수를 하는 장면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두 주인공의 설정이 막판에 갑자기 바뀐 느낌이랄까...전체적으로 쫒고 쫒기는 긴박감은 존재하지만 속칭 '쪼는 맛'은 부족하고 스릴러 다운 결말도 제시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소재인 '전화'마저도 너무 빨리 포기해 버려 전체적으로 평범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저가 웰메이드가 한방에 B급 영화로 전락하는 순간) 혹시 속편을 염두에 두고 그런 결말을 만들어낸건 아니겠지...

 

 


더 콜 (2013)

The Call 
8
감독
브래드 앤더슨
출연
할리 베리, 아비게일 브레스린, 모리스 체스트넛, 마이클 에크런드, 마이클 임페리올리
정보
스릴러 | 미국 | 94 분 | 2013-06-20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