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안한 미술 입문서
미술은 대표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문화활동이다. 클래식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멜로디라는 구성요소가 존재하는데다가1 음질이라는 부분에서 음반, 공연, BGM등으로 소비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변주된다. 그렇지만 미술은 조금 다르다. 파괴와 재창조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미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100여년 전의 피카소 작품조차 감상요령이 없는 이가 태반이다. 게다가 도움을 준답시고 발간 된 서적들은 어찌나 어려운지... 그나마 잘 되어 있는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나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는 큰 도움을 주는 책이지만 감상이라는 미술의 본질을 느끼게 해주진 않는다. 물론 지금부터 소개할 이 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교양을 지닌 독자와 비슷한 시선에서, 혹은 조금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듯 구성되어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인상파를 몰라도, 아방가르드를 몰라도 읽을 수 있는 친절한 큐레이터
대부분의 미술서적이 미술의 사조와 경향, 주제의식 등을 다루고2 있는데 반해 <그림 아는만큼 보인다>는 그런거 없다. 이 책이 지향점은 목차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책들이 시기나 화풍별로 분류를 하는 것과 달리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별로 묶여 있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 작품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의 그림 이야기, 그림시장 이야기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에 작품에 대한 파트는 25퍼센트 정도 되는 18개 파트이다. 한마디로 나머지 75퍼센트가 작품 외적인 이야기인 셈이다. 한 개 파트의 양이 2~3페이지에 불과한 점도 그림 초심자를 편안하게 만든다. 다들 아방가르드에는 관심이 없지만 우연찮게 입수한 고가의 그림이야기, 누드모델 이야기에는 귀가 솔깃하잖은가. 비화 위주로 쓰인 이 책이 딱이다. 약간 유식해진 것 같은 착각은 보너스다.
◆ 흥미진진한 그림의 비화
깜짝 쇼를 즐겨 찾는 보스텔이 러시아워에 시달린 경험이 얼마나 있는진 모르겠으나 언젠가는 자동차에 복수하리라 작심하고 있었다. 그는 1969년 쾰른의 한 화랑 앞에 주차해놓은 삐까번쩍한 자동차에 엄청난 양의 레미콘을 쏟아부어버렸다. 꼼짝달싹 못하게 된 이 '자동차 조각'에 작가가 붙인 제목은 <차단된 교통>이었다.
어떤가.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이 뒤에 이 미술품을 견인하는 경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미술 외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자칫하면 산만하고 엉뚱한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구성이지만, 간결하고 균형감 있는 작가의 글솜씨가 삼천포쪽 출구를 닫아놓는다.
위 예시와는 관계없는 이미지.
이 조각품도 실제 차량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제목은 "장기주차"
◆ 어디까지나 아는 만큼이다. 이 책 한번 읽는다고 많이 알아지지 않는다
좋은 서적임은 확실하지만 만능 미술 서적은 아니다.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다.3가 근접해 있기는 하다" valign="top"> 한번 읽고 지나가는 개념이라면 그 어떤 분야의 어떤 책을 읽더라도 마찬가지다. 밑줄 치면서 외울 것 까지는 아니지만 관심있게 몇차례 읽는다면 적어도 죽을때까지 다섯번은 잘난 척 할 기회가 올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에 가장 많이 부여된 제목, '무제'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4이건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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