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4

사소한 변화 : 뇌의 일부가 바뀌었을 때 그 사람은 온전히 그 사람일까.

스릴러 거장의 초창기 작품 중 하나다. 뇌의 일부를 이식한 사람이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그 배경이 늙어가는 권력자들을 위한 실험의 일부라는 설정은 지금 관점에서 좀 유치한 면이 있다. 하지만 반전과 사건에 집중하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히가시노 게이고는 캐릭터의 심정적인 변화에 집중한다. 그래서 이 뻔한 스토리가 사람을 끌어들이게 만든다.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 안의 무언가 분명히 예전의 내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대체 누구인가? 주인공 준이치는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고 아주 온순한 사람이다 우연찮게 강도로부터 어린아이를 지키다 뇌에 총을 맞지만 다행히 뇌 이식 수술을 통해 목숨을 건진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점점 준이치는 난폭하고 세상에 적대적인 남자가 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마지막까지 믿어야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름만 보고 진작에 사 놨지만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말에 몇년간 묵혔다가 이제야 찾아 읽었다. 다섯편의 단편이 서로 연결되는 액자식 구조를 가졌는데 가벼운 반전도 볼만 하지만 다섯 편을 쭉 읽다 보면 묘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냥 '감동적인 소설이야~' 라고 하기에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다. 불투명한 미래, 불안한 현실을 고민으로 남기면 답변이 오지만 그걸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고민하는 자의 몫이다.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달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

[미등록자] 위정자와 위선자

한 10년 전에 로 읽고 다시 접했다. 제목이 바뀐데다 세월이 많이 지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완전히 새롭게 읽었다. 어떻게 범인이 나오는 순간까지 기억을 못 할 수 있었을까. 아무튼 10년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그 사이 4월 16일의 아픔을 딛고 대통령을 탄핵하며 시민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썼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소모적인 이념 정쟁은 계속하고 있지만 조금씩이지만 투명한 사회, 시민의식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50%를 넘지 못하는 투표율은 조금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극우화, 관료주의는 여전하다.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도 그자리에 그대로다.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요? 아사마 형사님, 국민이 뭘 할 수 있나요? 데모를 하든 연설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