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이름만 보고 진작에 사 놨지만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말에 몇년간 묵혔다가 이제야 찾아 읽었다. 다섯편의 단편이 서로 연결되는 액자식 구조를 가졌는데 가벼운 반전도 볼만 하지만 다섯 편을 쭉 읽다 보면 묘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냥 '감동적인 소설이야~' 라고 하기에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다. 불투명한 미래, 불안한 현실을 고민으로 남기면 답변이 오지만 그걸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고민하는 자의 몫이다.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달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
그럼에도 결국 좋은 결과라는 건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걸 이 책은 여실히 보여 준다. 등장하는 사람들과 고민은 모두 환광원이라는 보육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사람의 선행이 연쇄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미쳐 결국 자기 자신도 구원 받는다는 평범한 진실을 아기자기한 단편들로 볼 수 있다. 계속 음악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무명 뮤지션, 어린시절 야반도주하는 아빠를 따라갈지 고민하는 비틀즈 팬-가정 형편으로 호스티스를 해야 하는 어린 여학생-올림픽 출전과 연인의 병간호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가대표에 이르기까지 평번한 고민을 가진 이들이 인생 최대의 고민을 나미야 잡화점에 의뢰한다. 그 답변으로소름끼치도록 날카롭지는 않지만 나미야 잡화점은 고민한 답을 하고 그 답은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따뜻한 위로를 보여 준다.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 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주세요. 마지막까지 믿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선한 영향력을 믿을 때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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