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은 내가 8살이 되던 해이다. 뚜렷하지 않은 어릴 적 기억 중에 지금까지도 뇌리에 남는 말이 있다. 어린 내가 엄마에게 전대통령이 무어냐 물었던 기억이다. 추정컨데 '전대통령은 오늘~ 하고 시작하는 땡전뉴스를 보고 물었으리라. 어린 마음에 전대통령이라면 지금 이전의 대통령일텐데 왜 지금 뉴스에 나오냐 하는 물음이었는데 그 때 엄마의 답을 또렷히 기억한다. '그런소리 하지 말아 잡혀가'. 엄마도 농담이 아니었고 나도 무섭게 받아들였는지 그 이후로 비슷한 질문을 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만큼 컴컴한 세상이었다. 1987년의 6월, 대한민국은 박종철이라는 학생의 죽음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직장인도, 지금은 조중동이라 희화화 되는 기자들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정도만 다를 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