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용 판타지에서 출발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청소년 뿐 아니라 대다수 성인들의 관람이 줄을 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똑같이 청소년용 판타지 소설에서 출발한 퍼시 잭슨 역시 영화화 되면서 큰 기대를 한 것 같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가 너무 별볼일 없다. 원작의 인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걸까.
도저히 몰입할 수 없는 캐릭터
신과 인간의 혼혈인 데미갓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성이 정말 중요한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 성이 엄청나게 강력하기 때문에 충분히 몰입시킬 수 있을 수 있을법도 한데 영화에서는 캐릭터를 찾아 볼 수 없다. 그냥 '포세이돈=물'이라는 단편화 된 이미지만 제공한다. 심지어 능력이 완전하지 않은 신들의 자녀들은 그냥 강한 인간일 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특성간의 케미도 그렇고 밋밋할 따름이다. 새 주인공인 외눈박이 타이슨을 선보였지만 몰입하기가 어렵다.
성장의 부재
결정적으로 가장 큰 약점. 성장이 멈춰버린 캐릭터다. 해리 포터의 성공에는 화려한 볼거리 뿐 아니라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안에는 능력과 힘의 각성을 넘어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이들 데미갓은 피터팬처럼 성장이 멎어있다. 이들은 유쾌하고 도전적인 10대들이기는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들이 겪는 모험은 그들만의 일일뿐 우리의 관심을 끌어당기지 않는다.
단편적인 스토리
무엇보다 가장 큰 약점은 역시나 원작의 퀄리티다. 누가 뭐래도 퍼시 잭슨은 해리 포터의 아류. 역사에 남을 판타지를 그려낸 조앤의 작품과 1:1 비교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영화에서는 스토리를 더욱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데미갓의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나무의 죽음으로 시작된 여행은 부활의 능력이 있는 황금양털을 구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한가지 의문. 왜 신들은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건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가진 헤르메스의 아들은 단순히 버려진 아이일 뿐인건가. 퍼시잭슨과 그 일행은 그냥 이들을 뚫고 황금양털을 가져오기만 하는 역할을 하는 일차원적인 내용이다. 해리포터가 그들의 적이었던 인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해결책을 보이는가를 생각해 보면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신화에만 매진한 결과
전작의 수준도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이유는 평범한 주인공이 신화의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다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계 곳곳에서 살고 있는 신들의 모습이라던지,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들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대비적으로 신화에 대한 환상을 극대화 시켰는데 이번 작품은 너무 신화적 세계관 안에서만 행동하다 보니 인간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해리 포터가 평범한 인간계와 마법의 세계를 오갈 때 느꼈던 흥미진진함을 떠올려 보자.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점 투성이의 졸작인 것은 아니다. 단지 즐길 수 있는 연령 폭이 한정되어 있을 뿐. 고등학생 수준까지는 충분히 재미있게 볼거리들이 듬뿍듬뿍 하다. 책에 비유하자면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처럼. 깊은 생각 없이 화려한 화면만 보고 있자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특히 신화의 가벼운 재해석이라는 점에서는 가벼운 지적 유희까지도 느낄 수 있다. 황금양털, 익스프레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헤르메스, 눈을 돌려쓰는 세 마녀같은 포인트들은 재미있는 재탄생이다. CG역시 훌륭해서 싸이클롭스, 로봇처럼 생긴 청동황소, 해마같은 신화적 요소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해리 포터에 비견하기는 어렵지만 홈 무비로서의 재미는 상당 수준. 제목은 괴물의 바다이지만 바다괴물이 끝판왕이 아니라는 사실은 함정.
PS. 어른의 눈으로 볼 때의 의문점
도대체 신들은 얼마나 바람둥이인거야. 당장 주인공인 퍼시 잭슨에게도 의붓 동생이 있다. 게다가 신들의 수명이 무한대임을 감안하면 역사적으로 수많은 의붓 형제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헤르메스의 아들인 루크가 비뚤어지는 것도 이해가 간다. 수많은 자식중 하나일 뿐인 루크에 대한 부정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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