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웹툰을 즐겨 보고 있다. 남녀 간의 '썸'을 타는 평범한 로맨스물을 다루고 있지만 머릿속 세포들의 내용으로 만화를 전개해 나가서 신선하고 재미있다. 예를 들면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를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면, 심장을 담당하는 세포 쿵이와 쾅이가 북을 힘차게 쳐서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든다는 식이다. 디즈니에서 만들어 낸 머릿 속 세계 <인사이드 아웃> 역시 이런 방식으로의 접근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다섯 세포들. 이들은 콘솔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나이가 들 수록 콘솔이 복잡해 진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면 감정의 표현이 복잡해 지는 것. 13살이 된 라일리의 콘솔에는 핵무기처럼 붉은 버튼이 붙어 있고 '사춘기'라고 씌여 있다.
라일리라는 아이 머릿속에 살고 있는 다섯 개의 감정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그 주인공들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쁨'과 '슬픔'이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들러리 정도다. 이들은 매일같이 라일리의 상태를 표현하면서 기억을 만들어내 간다. 이 기억들 중 중요한 핵심기억이 라일리의 인격을 형성해 나가는데 어느날 라일리에게 문제가 생긴다. 대도시로 이사를 오면서 친한 친구와 헤어지고, 학교에서는 울어버리는 바람에 창피해져 버렸다. 이 곤란한 상황은 라일리의 핵심기억을 손상시키게 되고 '기쁨'과 '슬픔'은 핵심기억을 되돌려 놓기 위해 라일리의 심리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여행의 과정은 유쾌하기 그지 없다. 거기에 어린 시절 기억들이 어떤식으로 보관되어 있으며 어떻게 사라지는지, 그것들이 인격에 어떤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 정말 논리적인 상상력을 만들어 냈다. 예를 들면 CM송 하나를 이유 없이 흥얼 거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이런 식으로 표현 한다. 기억들 중에 있는 껌 CM송을 담당 세포가 장난으로 영사실에 보낸다. 영사실에서 이걸 상영하면 라일리는 껌 CM송을 흥얼거리게 된다. 또 꿈은 오늘 있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연출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 영화처럼 상영하게 되는 방식이다. 잠재의식은 하나의 감옥으로 그 안에는 공포스러운 것들이 가득 갇혀있다. 정말이지 기억과 감정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다.
애니메이션으로서 꽤나 재미있지만 마냥 웃프고 끝나는 영화도 아니다. 스스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잠긴 적도 있을테지만 추억의 형성과 사라짐을 직접 보는 건 불편하다. 그래도 뻔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접근하고 예쁘게 만들어서 돌아갈 때 먹먹함을 가지고 갈 수 있게 만들어내는 디즈니의 저력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밖에 없다. 기쁨의 뒤에 슬픔이 함께 존재한다는 식의 교과서적인 결론을 정말 뻔하지 않게 만들어 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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