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엄청나게 진짜 같은 공룡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한수 먹고 들어가는 영화니까. 최초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호불호가 갈리기는 했지만 쥬라기 시리즈의 CG를 까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93년도(무려 22년 전) 첫 작품을 지금 본다 해도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시리즈이니 말 다했다. 그러니 일단 볼거리 하나만큼은 보장되는 그런 시리즈가 바로 주라기의 세계다.
과연 14년만에 돌아온 시리즈 답게 볼거리 하나는 풍성하다. 폐쇄된 이후 다듬고 다듬어 공원을 재개장한 모습을 다루고 있다. 곳곳에 숨겨져 있는 옛 주라기 공원의 모습이 정겹다. 최첨단 공원 다운 모습에 관객은 압도될 수 밖에 없다. 티렉스의 모습이 적게 나온다는게 조금 아쉽지만 거대 수중 공룡이나 초식동물들의 모습들은 감격스러울 정도. 공원이 붕괴 되면서 공룡들이 인간을 공격하고, 그에 맞서는 사람들의 승리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은 심플하면서도 적절하다. 오히려 너무 복잡한 내용을 녹이려 했으면 순수한 볼거리의 양이 무너졌으리라 생각된다. 교감을 통해 공룡을 길들인다는 개념 역시 흥미진진했고 랩터를 이용한 사냥, 탐욕이 만들어 낸 인도미누스렉스의 모습도 압도적이었다. 익룡의 습격, 후반부 벨로시랩터와 T-렉스, 끝판 왕 인도미누스렉스와의 접전은 공룡 투기장을 눈앞에서 재현해 냈다.
다소 철학적인 메세지도 제시했다. 과거에는 DNA로 공룡을 현실에 '부활'시키는 것에 대한 고찰이 핵심이었다면, 이제 복제와 생명창조의 윤리관 사이에서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볼거리만을 위해 뱀과 개구리, 랩터와 티라노를 섞은 최강의 생명체를 인간이 만들어 낸다는게 과연 맞는 일일까하는 고민을 잠깐이나마 해 볼 수 있게 했다. 게다가 군수무기화 하는 부분 역시 가볍게 다루기는 했지만 적어도 생각할 꺼리를 던졌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부활'까지는 괜찮은 걸까, 아니면 '창조'도 적정한 선만 지키면 되는 걸까.
흥행 성적이 말해주듯, 즐기는 영화로서는 훌륭한 작품이다. 다만 영화 진행이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이 중간중간 들었는데, 이건 순전히 연기의 문제다. 중요한 타이밍마다 등장인물들이 알 수 없는 연기로 맥을 끊는다. 인도미누스렉스로부터 가까스로 탈출한 민폐 형제의 즐거워 보이는 웃음, 익룡으로부터의 습격을 간신히 피한 주인공 남녀의 키스같이 맥락없는 헐리웃 스타일이 이 영화가 가상이라는 걸 자꾸 상기 시킨다. 이 엄청난 그래픽으로 구현해 낸 진짜같은 가짜를 궂이 가짜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거다. 어쩌면 최초 시사 후에 제작자가 '여기에는 키스가 있어야지', '여기에는 형제애를 좀 넣어 보자고'하는 회의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쨌거나 맥을 끊는 연기들은 영화에 몰입한 관객을 자꾸 현실 세계로 끄집어 당겼고 결과는 그래픽만 대단했던 보통의 블록버스터로 위치를 잡아버렸다. 다행히 영화사를 뒤흔드는 엄청난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후속작에서만큼은 진짜 리얼한 공룡세계를 오롯이 보게 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PS. 이번 작품에서 갑 오브 갑은 수중룡 모사사우르스. 실제로는 17M 정도로 추정되지만 영화에서는 고질라 수준으로 만들어져 무시무시하다.
쥬라기 월드 (2015)
Jurassic World
- 감독
- 콜린 트레보로우
- 출연
-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타이 심킨스, 닉 로빈슨, BD 웡
- 정보
- 액션, 스릴러, SF, 공포, 어드벤처 | 미국 | 125 분 | 2015-06-11
'영화 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녀석 맛나겠다2: 함께라서 행복해] 아이와 함께 해서 더 행복한 만화영화 (0) | 2015.08.18 |
---|---|
[인사이드 아웃] 유쾌하다, 슬프다가, 처연하다가... (0) | 2015.08.09 |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 퍼시 잭슨은 왜 해리 포터를 넘을 수 없나 (0) | 2015.07.28 |
[악의 연대기] 누구나 악이 될 수 있지만, 선택의 기회는 있다. (0) | 2015.07.06 |
[신세계] 수컷냄새. 가장 강렬한 세 남자의 선택 (0) | 2015.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