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찾는 홈플러스 무빙 워크에 주욱 늘어서 있던 매핑 광고. 귀여운 공룡들이 한바닥 가득 그려져 있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정체가 바로 '고녀석 맛나겠다'다. 만화라면 사족을 못쓰는 38개월짜리 꼬맹이에게 극장 나들이를 시켜줄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이때가 기회다 싶어 개봉일만을 기다렸다.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 개봉일에 보지 못하고 한주를 미뤘더니 그새 서울 전역에서 스크린을 철수했다. 한마디로 흥행참사. 그건 그렇다 치지만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만화영화 볼 날 만을 기다린 꼬맹이 볼 면목이 없다. 이리저리 찾다보니 서울에서 하는 곳이 한 군데 있다. 바로 남산의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정식 극장은 아니지만 어찌 됐건 대형 스크린이 있는 곳이다. 남산을 오가며 보기만 했지, 직접 들어오기는 처음인데 이것저것 재미있는 꺼리들이 많은 곳이다.
어쨌거나, 이곳이 채은이의 첫번째 영화관이 되는 셈이다. 사실 두번째 시리즈라 해서 1편을 다운받아 보고 왔는데 내용상으로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전편이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의 우정을 다루고 있었다면 이번엔 조금 더 심오한 내용이다. 초원의 왕자 티라노사우르스. 미르는 티라노의 보스 '제스타'의 아들이다. 필요한 만큼만 사냥을 한다는 티라노사우르스의 규칙을 지키는 제스트에 대한 다른 공룡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제스타는 서열다툼에서 패배하고 그만 죽게 된다. 미르의 엄마마저 화산 폭발로 죽게 되자 미르는 무리를 떠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초식동물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함께 섬에 같혀서 고난을 이겨넨 스피노사우르스 '훌쩍이', 눈이 멀었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꼬마 트리게라톱스 '키라리'를 만나면서 성장해 나가는 미르다. 힘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꼬마 공룡의 이야기다.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보니 어른이 보기에는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초식동물의 사냥이라는 분야를 가감없이 다루고 있는 엽기적인 장면도 눈에 띄어 문화충격을 받는다. 심지어 도중에 등장하는 예쁜 목소리의 '키라라'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설명하는데 한참 애를 먹었다. 영화적인 완성도를 평가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디즈니나 픽사의 어른이 봐도 눈이 돌아가는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 단순하게 볼 수 있는 영화도 많았으면 좋으련만.. 그나마 이마저도 1주일 개봉을 못하는 걸 보면 좀 아쉽다. 그나마 이런 애니메이션 센터 같은 곳들이 있어 다행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절대 알지 못했을 또다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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