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영화, 소설에서 다뤄진걸로 보더라도 섬에 고립 되거나(캐스트 어웨이, 로빈슨 크루소, 15소년 표류기, 파리대왕), 우주에 홀로 남겨지거나(그래비티), 방에 홀로 남겨지거나(나홀로집에, 쏘우, 패닉룸) 하는 소재는 흥미를 끌기 좋다. 그 모든 상황을 통틀어서 <마션>의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가장 멀리, 가장 비싼 장비들과 함께 남겨진다. 문제는 그가 남겨진 환경이 화성이라는 점. 화성에서의 생존은 우주정거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격 농사 영화
<마션>은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의 생전기를 다루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화성에 혼자 남게 된 식물학자 마크. 50여일치의 식량과 감자 종자만 가지고 구조대가 올때까지 800여일을 버텨내야 한다. 뭔가 다이나믹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런거 없다. 오로지 감자 농사의 성패만이 이 생존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본격 감자농사 영화. 물도 없고 산소도 없는 화성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드러나 생존의 기본은 물과 식량. 공기 없이 3분, 물없이 3일, 식량없이 3주라는데 마크는 식량은 커녕 공기 조차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다. 오로지 식량. 식량의 생산만이 살 길이다.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움직임이란 지구와의 교신과 감자 농사가 전부다.
생존의 기술은 의지와 긍정적인 마인드
얼핏 생각하면 물과 식량이 확보 되면 버틸 수 있겠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그리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말도 해야 하고 웃기도 해야 하는 관계의 동물인 인간이 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와 함께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캐스트 어웨이>나 <로빈슨 크루소>에서 구출된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낮설어 했다는 점을 상기하자. 마크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긍정적 자세를 잃지 않는다. 유머로 무장한채.
"사랑을 검으로, 유머를 방패로" - 베르나르 베르베르
"다행히도, 나는 이 행성 최고의 식물학자다" - 마크 와트니
관객은 마크의 생존기를 지켜 보면서 그의 긍정적 태도에 공감하고 더욱 그를 응원하게 된다.
전 세계의 염원, 마크의 귀환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귀환작전을 추진하는 미국의 태도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무조건 데려오려는 인간중심 주의와 비용의 효율성으로 인해 반대하는 시장 중심주의의 대립이었는데 어느정도는 맞지만 맥락이 다르다. 우주여행의 책임자인 제프는 초반에 비용문제로 귀환작전을 반대하지만 여론이 급변하면서 찬성을 한다. 그럼에도 그가 기회주의자로 보이지 않는 건 나름 합리적인데다가 본심으로는 그의 귀환을 바라기 때문이다. 완전한 냉혈한이 아니라 본심은 인간적인 캐릭터의 구축은 영웅주의보다 훨씬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욱 영화의 현실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등장은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어낸다. 이건 좀 의외였던게 헐리우드 영화에서 제3세계의 도움으로 해결의 열쇠가 만들어지는 장면은 전에 보지못한 모습이어서 신선했다. 게다가 전세계가 협력하는 모습까지 연출했으니 일거 양득. 실제로 중국은 엄청난 우주 강국이기도 하다.
헐리우드식 동료애가 없었더라면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던 건 동료들의 화성 재탐사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모든 구조계획이 수포가 되고 남은 방법은 지구로 귀환하던 마크의 동료들이 다시 화성으로 돌아가는 방법만 남은 상황. 무려 1년여를 더 비행해야 하며 그 또한 불확실하고 위험한 임무임에도 모든 동료들은 갈등 없이 이 결정에 찬성한다. 이들의 동료애가 눈물나도록 멋지지만 너무 단편적이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방식이 일종의 옥의 티.
가보지 않고도 만나는 화성
화성의 모습을 너무나 그럴싸 하게 만들어 낸 마션. 실제 촬영지는 요르단의 사막이라고 하는데 적갈색 황토들과 석양빛에 가까운 톤이 고요하면서도 사나운 화성의 이미지를 잘 구현했다. 너무 동일한 모습이 연속되다보니 좀 지루한 측면이 있는데 OST로 이 부분을 메꿔 넣었다.
실제의 화성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이미지에 있는 화성과는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진다. 실제 화성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영화처럼 한 개인이 뚝딱 지을 수 있는건 아니긴 하지만.홀로 살아돌아온 마크 위트니의 이 가상기록은 우리를 화성의 한 가운데 서 있을 수 있게 한다. 무사히 귀환한 마크와 그의 동료들이 후배들의 탐사선 출발을 지켜보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는데 인류의 도전정신과 끝나지 않은 탐구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PS. 맷 데이먼은 구조를 당하는 역할에 아주 능숙한가 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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