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더 셰프] 뭘 먹어 봤어야 침을 흘리지

슬슬살살 2015. 11. 16. 21:45

요리 영화이지만 맛있어 보인다거나 침이 꼴깍 넘어가지는 않는다. 당췌 뭘 먹어 봤어야 맛을 짐작하고 침샘이 반응을 할텐데, 싸구려 입에 극 중 먹어본 요리라곤 버거킹 뿐이니 영화 내내 먹고 싶은 음식은 햄버거뿐이다. 프랑스와 영국을 걸친 배경이 이국적이고 고급진 레스토랑이 신기하긴 하지만 그뿐이다. 사고를 겪은 셰프가 미슐렝 쓰리스타에 도전하는 이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재밌게 본 이들은 이 영화에 인생이 담겨있다는 둥 하지만, 단순한 나로서는 어수선하게 벌여놓은 이야기가 두서없이 진행될 뿐이다.

 

미슐랭 투 스타의 아담 존스가 스스로에게 내린 벌1이 끝난다. 십만개를 채우자 마자 가게를 나와 동료들을 모으는 아담. 목표는 미슐랭 쓰리 스타다. 동료로 영입된 이들에는 재능있는 신인도 있지만, 예전 동료였던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마약과 알콜로 찌들었던 과거의 아담이 뭔가 고약한 짓을 한 듯 하다. 어쨌거나 과거를 털고 의기 투합한 아담과 동료들은 최고의 레스토랑을 꿈꾼다.

 

아담은 의지와 재능은 있지만 싸가지가 없는 인간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자기재능을 의심하지 않고 남을 깔아 뭉게는 캐릭터. <파스타>의 이선균이자 <위플래쉬>의 '플랫처'다. 괴팍한 성격인 주제에 사채업자들에게도 쫒기고 있다. 그래도 재능만큼은 적이고 아군이고 인정하는걸 보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포지션이 좀 애매한데 이선균처럼 시크하면서 달달한 로맨틱가이도, 플랫처 정도의 포악함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괴팍한 천재 요리사라는 캐릭터는 수없이 많이 봐왔던 바로 '그' 인물을 넘지 못한다.

 

 

 

 

영화로서도 너무 어수선한데 일단, 불친절하고 미적지근하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동료를 영입하는 과정은 중요한 포인트인데도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미슐랭 스타가 되기 위한 과정도, 뭔가 새로운 레시피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연애라인이 형성되거나 옛 여자와의 갈등구조도 명쾌하게 마무리 짓질 않는다. 그냥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멍~ 한 상태로 지켜보는 것 말고 관객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제 뭔가 이야기가 시작되는가 보다'하면 흐지부지, '이 이야긴가보네'하면 아무 일도 잃어나지 않는다. 아담이 받아들인 새 레시피가 미적지근한 물에서 서서히 익히는 요리법인 '수비드'라는게 복선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 물론 과거 저지른 일에 대한 복수로 미슐랭 도전이 실패하는 하이라이트가 있긴 하지만 이 모든 장면을 뒤엎을 힘은 없다. 뭔가 생동감 넘치는 주방의 모습과 자신감있고 스마트한 천재 요리사의 재기를 보고 싶었는데, '역시 인생은 우울함 뿐이야'하는 느낌. 물론 해피엔딩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 해피마저 힘없는 해피...

 

브래들리 쿠퍼의 외모만 보기에는 100분이 너무 길다.

  1. 무명 가게에서 굴 십만개 까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