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용서 - 달라이 라마, 빅터 챈] 티벳의 마지막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

슬슬살살 2016. 5. 23. 22:21

1950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티벳을 이끌어 오고 있는 건 달라이 라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요즘에도 티벳인들은 고집스럽게 종교 지도자에 그들의 삶을 모두 맡기고 있다. 심지어 온전한 나라도 아니고, 중국에 박해를 받는 시점에서도 그들은 달라이 라마만을 믿고 따른다. 또, 달라이 라마는 그들에게 저항이 아닌 용서를 행하라 가르친다. 바보 지도자에 바보 국민. 그럼에도 세계 최강국 중국은 달라이라마와 티벳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세습제다. 정확히는 환생을 통해 다음 라마로 다시 태어나니, 종교적 관점에서 달라이 라마는 육신만 바뀌었을 뿐 대대손손 한 인물이다. 그러나 차기 달라이 라마를 중국이 강제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어서 14대째인 금번 달라이 라마는 환생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제목에서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용서>는 달라이 라마의 중국인 친구가 남긴 기록이다. 물론 홍콩계이기는 하지만 중국 혈통의 인물이 달라이 라마의 친구라니. 무려 30년 동안 빅터 챈은 달라이 라마 곁에서 함께 수련하고 함께 화두를 고민했다. 챈은 이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남겼다. 일반적인 종교적인 마음가짐, 수련, 적을 용서하라는 판에 박힌 가르침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달라이 라마의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은 울림이 다르다. 엄청난 박해를 받는 민족의 지도자 치고는 너무 나약해 보이는 가르침을 내린다.

 

" 불교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비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 연관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는 늘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사람과 행동을 구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우리는 나쁜 행동에는 반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행동을 한 사람까지 적으로 몰아서는 안됩니다. 그는 그 행동 뒤에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고, 그러면 우리의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중국은 우리의 적이지만, 내일은 친구가 될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중국인들이 내 나라와 국민들에 행한 일들에도 불구하고 병 어려움 없이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웃기지도 않지만, 티벳 영토를 흡수하고 그들의 문화를 말살하고 저항하는 이들을 감옥에 보내고 학살하는 국가에 대해 용서라는 전략을 취하는 지도자라니. 심지어 그 가르침을 따르는 민족은 심지어 고귀해 보일 정도다. 단순히 순박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왜 용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달라이 라마는 상호 의존의 원리로 답을 한다.

 

"상호 의존의 원리는 본질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미래가 전 지구의 안녕에 달려 있음을 이해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편협한 마음을 키우기가 더 쉬워집니다. 나는 상호 의존의 원리의 가장 뛰어난 점은 자연 법칙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나비효과와 부메랑 효과를 함게 떠올리면 된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관념적인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명상을 통해 실제로 물아일체를 경험하며 상호의존을 직접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즉시색의 경지다. 실제로 이 경지에서는 모든 것이 하찮고 자신의 보잘것 없음을 느끼며 상대방과도 하나가 된 것을 느끼게 되어 용서라는 관념을 받아들이게 된다. 달라이 라마는 이 경지의 선구자로서 대중들에게 가르침을 내리고 있을 뿐이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경지를 몇글자의 글로 받아 들이기는 불가능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달라이 라마를 더욱 가깝게 살피고 그의 사상적 바탕을 간접적으로나마 읽고 공감할 수 있다.

 

용서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하든 아무 상관이 없다. 진정한 자비심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볼 줄 아는 마음이다. 그의 고통에 책임을 느끼고, 그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마음을 기울일 수록 우리 자신의 삶은 더욱 환해진다. 타인을 향해 따뜻하고 친밀한 감정을 키우면 자연히 자신의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것은 행복한 삶을 결정짓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