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마지막 리허설 - 시드니 셀던] 시드니 셀던 판 '광해'

슬슬살살 2016. 5. 18. 11:13

빚에 쪼들리던 단역배우 에디는 괜찮은 역할을 위해 신생 공화국 '골드다이아코스트'1로 떠난다. 비행기 안에서 접근한 미모의 여성과 사랑을 나눈 에디는 골드다이아코스트에 도착하는 순간 기묘한 일에 휘말린다. 강력한 독재국가인 골드다이아코스트의 대통령 젤린도의 대역을 하게 된 것. 갱단 출신에서 군인을 거쳐 대통령직까지 오른 젤린도가 심장 수술을 하는 동안의 정치 공백을 막기 위해 비슷하게 생긴 에디를 대역으로 세운 것이다.


'왕자와 거지' 모티브의 가볍고 상투적인 소설이지만 거장 '시드니 셀던'의 손을 빌어 태어난 이 작품은 경쾌하고 빠른 전개로 읽는 재미가 있다. 젤린도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 복선으로 깔리는 점성술, 에디에게 접근하는 여인들, 미국 정보국의 음모. 통속 소설이 가지는 재미요소를 두루 배치해서 부담없이 읽힌다.


비행기 안에서 에디에게 접근한 재닛은 사실 미국측 요원으로 에디를 이용해 독재 국가의 정권을 흔들 작정이었던 것. 이를 모르는 에디는 젤린도 대통령의 대역이 되어 정무를 수행한다. 그 이후는 독자가 예측하는 그대로 전개 된다. 단순한 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 2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선정을 펼치고 민주화 선언을 한 뒤 극적으로 은퇴. 젤린도는 감옥으로 보내진다.

 

워낙 상투적인 내용이라 스토리 자체가 가지는 신선함은 없지만, 시드니 셀던의 간결한 문체로 가벼운 드라마를 한편 본 듯 한 느낌을 준다. 중간중간 나오는 에로에로한 장면들도 성인용 킬링 타임으로 좋다. 극작가로서 시드니 셀던의 능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일부러 수십년 전의 통속 소설을 찾아 읽는건 아니지만 옛 것에서 느껴지는 향수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가 좋은 것처럼.

  1. 소설 속 가상 국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