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초등학교 시절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을 꼽으라면 단연, 삼총사와 톰소여의 모험이다. 특히 '톰소여의 모험'의 개구쟁이 십대의 정서는 시대와 거리를 초월해서 깊은 감명으로 다가왔다. 뒤마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나 '춘희', '철가면'같은 작품들로 어른들에게도 많이 읽힌 반면 '마크 트웨인'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렇다 할 성인 작품이 없어 동화 작가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이야 말로 재기발랄함, 과장된 표현의 풍자, 호들갑스러운 시각으로 정의되는 미국식 단편의 효시다. '뜀뛰는 개구리'는 마크 트웨인의 단편들 중 뛰어난 것들을 엮어 무려 34편을 담은 책이다. 2016년 현재는 절판인데다 헌 책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 희귀본이기도 하다.
마크 트웨인의 가장 큰 특징은 사물과 사건을 삐딱하게, 과장되게 바라보고 역설적으로 표현 한다는 점이다.
마크 트웨인을 시초로 하는 이런 방식의 신랄한 역설은 미국 단편에서 보이는 유머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빌 브라이슨이나 필립 K 딕 같은 거장들 역시 이같은 방식을 자신들의 작품에서 사용한다. 마크 트웨인이 남긴 '눈'을 아직까지도 후배 작가들이 사용하고 있고 독자들 역시 유쾌하게 그들을 받아 들이고 있는 것. 마크 트웨인의 유산이 꽤나 오래 간다.. 특히 과장된 표현에 있어서는 허풍을 넘어서 마약을 하는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 '수상한 방문'이라는 작품에서 탈세와 세무서 둘 다를 디스한 대목만 봐도 마크 트웨인의 '디스력'을 알 수 있다.
개별적인 작품들이 던지는 메세지나 유머의 대단함과는 별개로 개별 작품들의 임팩트는 약한 편이다. 캐릭터는 배제하고 오로지 상황과 인식이라는 두가지 측면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아무 쪽이나 펼쳐 놓고 소리 내어 읽는 걸 추천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미친 놈이거나 트웨인이 미쳤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걸 깨달을 수 있을 테니.
수록 작품 목록: 감기 퇴치법/오릴리어 양의 불행한 애인/조지워싱턴의 유년시절에 얽힌 감동적인 일화/착한 소녀들에게/뜀뛰는 개구리/억세게 운 좋은 못된 소년 이야기/투고자들에게 띄우는 답변/여인숙 청소부들의 정체/보험회사 사장님께 묻겠습니다./열차 만행 사건/멋진 노익장/나이아가라 방문기/샴쌍둥이의 특이한 버릇/테네시 언론계/닭 기르기 혹은 훔치기/수상한 방문/해골들의 행진/희한하세 착한 소년의 슬픈 이야기/농업신문 편집 경험담/경제학과 피뢰침/포커, 과학이냐 운이냐/나의 소중한 시계/주지사에 입후보하다/역사는 되풀이된다/내 생에 최초의 문학도전기/이발사들이란/버지니아의 한 경이로운 장례식/대규모 산사태 소송/할아버지의 늙은 양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맥윌리엄스 부부의 위막성 후두염 소동/맥윌리엄스 부인과 번개/백윌리엄스 부부와 도난경보기/아담의 일기/이야기를 전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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