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개봉한지 1년도 안된 영화가 케이블에 걸리면서 유지태를 내세울 정도의 영화가 힘 한번 못써보고 망한거다. 막상 영화를 보면 그렇게 쫄딱 망할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유지태와 이정현의 연기는 이미 보증되어 있으니 논외로 하고, 아직까지도 신인 이미지인 이다윗의 장애우 연기는 말아톤의 조승우와도 비견할 정도. 여기에 권해효, 정성화 조연 정도면 배우빨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캐스팅이다.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가(말아톤), 한물 간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라디오스타) 도박판 같은 곳을 얼씬 거리다가(타짜) 정이 들어버리고 결국 개인적인 복수에 성공한다(리얼스틸)는 얘기. 예로 든 영화 외에도 수많은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플롯이다. 그렇지만 전형성만이 문제가 되는걸까.
앞서 얘기 했듯이 이다윗의 연기만큼은 볼만했다. 앳된 얼굴, 순수함, 낮은 지능을 가진 장애우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정현의 정상인(?) 연기도 인상적이다. <꽃잎>으로 데뷔했을때부터 최근의 <명량>까지 이정현의 정상인 역할을 본적이 있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푼수와 속물끼가 있는 캐릭터를 잘 보여줬다. 전형성에서 탈피하지 못한 건 유지태가 아닐까. 과한 절뚝거림과 억지스러운 웃음이 부자연스럽다.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 훌륭한 배우가 영화에서 겉도는 경우. 예를 들면 <차우>의 송강호가 그랬다. 눈에 띄는 배우가 영화에서 겉도는 것만큼 손발 오그라드는일이 없다. 아마 이 영화의 패배 포인트가 그 지점이 아닐까 싶다.
볼링이라는 소재는 참신하기는 했지만 역동성 측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스포츠이다보니 한계를 보였다. 도박이라는 코드를 집어넣어 반전을 꾀했지만 그림상으로 잡히는 건 핀을 쓰러트리는 것 뿐이니 스포츠의 박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손에 땀을 쥐는 스포츠인 볼링을 단편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게 아닐까. 그러다보니 영화의 큰 흐름이 투박해졌고 소재만 볼링으로 한 평범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스포츠의 박진감도, 도박영화의 쾌감도 없는 어설픈 <말아톤>이 되어 버렸다. 이래 저래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TV판으로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생각 없이 어느 지점에서 보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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