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용 영화라 하기에는 설정이 너무 잔혹하다. 노래와 춤, 안아주기가 가진 능력의 전부인 트롤은 오로지 해피 해피 해피한 종족이다. 뭐 좋은 것 같지만 보고 있으면 한심하다. 최소한의 생존 능력 없이, 파티에만 열중하는 모습은 아무리 주인공 보정을 생각해도 이상하다. 자신들을 잡아 먹어온 버겐에게 사육 당하면서도 기쁨을 잃지 않는 모습은 정말이지 기괴스럽다. 버겐은 트롤의 반대편에 있는 종족이다. 그들은 칙칙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그 어떠한 행복도 느끼지 못한다. 오로지 트롤을 잡아 먹음으로서 자그마한 행복을 체험할 수 있을 뿐이다. 불쌍해라.
어찌 됐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들은 필연적으로 먹고 먹히는 관계다. 행복이라는 가치의 중요도를 생각할 때 이들은 생존 투쟁 중이다. 버겐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그들이 흉측하게 생겼고, 잡아먹히는 트롤이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가 소나 개 고기를 먹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껄? 만화적 설정이라고 하기엔 잔인함의 깊이가 너무 깊다. 영화의 마지막, 두 종족의 화해는 그래서 와닿지 않는다. 트롤 입장에서는 자신의 할머니를 생으로 잡아먹은 이들과 친구가 된다는 건데, 그게 용서가 가능한 범위인 걸까?
이제 배경 얘기는 그만 하도록 하자. 말하고 싶은 건 '이 영화 잔인해'였을 뿐이니까. 그렇지만 뮤지컬 영화로서의 역량은 어떨까. 올 상반기 개봉했던 <씽>과 비교해도 훨씬 화려하고 아름답다. 노래하는 요정 답게 온갖 곳에 음악들이 깔려 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대단히 훌륭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팝송부터 오리지널 버전까지 다양한데 형형 색색의 트롤들이 털색깔을 바꿔가며 노래하는 연출은 화려한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요정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특징 - 언제 어디서나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시간이 되면 서로를 안아주어야 하는 - 을 잘 살린 유머코드도 괜찮고 각 요정들의 특징이 잘 묻어난 슬랩스틱도, 털뭉치 같은 질감의 캐릭터들도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볼거리 만큼에 있어서는 대단히 만족스럽다. 스토리도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는게 감안되었어야 한다는 거다.
이래저래 평점을 매겨보자면 40점 정도? 재미는 있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이 20여년 전까지 먹고 먹히던 관계였다는 설정만이 머리를 맴돈다. 화려함도 그때뿐, 오리지널 트랙의 임팩트가 떨어진다. 워낙 기라성같은 팝들을 많이 사용해서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집에서는 그 감동이 급 다운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이상 평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캐릭터의 몰입도도 약하다. 한마디로 노래 흥얼 거리면서 볼 수는 있겠지만 그 어떤 감동도 느낄 수 없고 오로지 먹고 먹히는 관계만 머리에 남는다. OST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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