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모아나] 남태평양의 바다를 헤치고 파도를 넘어서..

슬슬살살 2017. 2. 23. 22:02

개인적으로는 겨울왕국보다 더 흥미로왔지만 스코어는 훨씬 못미친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라는 건 절대 아니다. 비교 대상이 너무 강한거지. 그것도 우리나라만의 얘기로 해외에서의 성적은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성공으로 디즈니가 백인이 아닌 주인공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셈이다. 물론 피부색이 다른 시리즈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못했다. 중국계의 여성을 내세운 뮬란, 흑인을 주인공으로 한 개구리 공주정도랄까. 뮬란은 이목을 끌었었지만 벌써 20년 전 얘기다. 최초의 3D 유색인종 애니메이션이, 그것도 문신을 덕지덕지하고 뻐드렁니 난 남자주인공을 가지고 성공을 해 버린거다.

 

 

영화를 보면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남태평양의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는 난해하고 주인공들이 사랑을 하지도 않는다. 왕자도 아니고 공주도 아니다. 그러나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모험은 그 어떤 작품보다 환상적이다. 마법과 저주, 마녀, 마술이 주는 식상한 판타지 대신 도전과 모험을 더욱 강조한 스토리다. 거대한 고대 신과 악마가 등장하고 북유럽의 '토르'를 연상시키는 반인반신이 나온다. 죽어서 빛나는 가오리가 되어 모아나를 인도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파이널판타지X'의 유우나를 떠올린건 나뿐일까.

 

 

디즈니 작품 답게 OST도 빼 놓을 수 없지. 동양적인 선율이어서일까. 원곡보다 소향의 로컬 버전이 훨씬 더 감동적이다. 몇가지 버전이 있지만 가오리가 된 할머니가 등장하는 장면의 버전이 단연 최고. Let it go의 파워풀한 하이라이트는 없지만 '하늘과 맞닿은 이길을'하고 연결되는 부분이 압권이다. 현실과 신화의 경계선에서 양쪽을 자유롭게 오가는 구성도 독특하다. 명확한 세계를 만들어 놓지 않고 주인공은 바다라는 미지의 세계를 반인반수 파트너와 티격태격하며 항해한다. 때로는 바닷속 지옥에 가기도 하고 야자수해적단에 쫒기기도 한다. 이 모든 장면 장면이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모아나의 매력이야 영화를 본 모든 이가 동감할테고(특히 어린시절의 모습은 그야말로 죽을만큼 귀엽다) 문제는 마우이다. 온몸에 문신을 두르고 뚱뚱한데다(정확히는 큰 근육)뻐드렁니에 눈은 좀 몰려있고 입술은 두텁다. 문신 자체를 의인화 시킴으로서 거부감은 많이 떨어뜨렸지만 다른 면에 있어서는 인간적으로 너무 못생겼다. 모아나 부족의 다른 이들을 보면 인종적인 특성을 강조하느라 그렇게 그린 것도 아닌 듯. 개성있고 오만불손하고 톡톡 튀는 캐릭터를 잡다보니 그리 된 것 같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강력한 신이라기보다는 아둔한 욕심쟁이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그런 외모로도 매력을 120% 발산한다는거다. 도대체 디즈니는 어떻게 이런 매력을 이 안에 집어 넣는 걸까.

 


엄청난 스케일,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멋진 판타지, 모아나의 매력까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좀 어려웠는지 같이 본 채은이에게는 큰 감동을 전하지 못한 듯 하다. 마지막으로 모아나의 모습에서 효린을 떠올린게 나뿐만은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