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건 대부분 슬픈 범주에 들어가는 일이다. 영원할 것 같은 스타의 주름진 얼굴을 보는 것도 그중에 한가지. 96년에 시작해 어느덧 20년을 꽉 채운 시리즈에서 주인공 역시 늙어간다. 동안임에는 확실하지만 젊은 시절의 파릇함이 없어져 버린 톰 아저씨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추억과 동시에 세월의 흐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감출 수 없는 주름과 깊어진 눈두덩은 보기 좋게 늙은 아저씨로 만들었지만 액션에서는 한계가 보인다. 너무 젊어보이는 역할을 하는 것도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믿고 보는 시리즈인만큼 볼거리, 액션, 톰아저씨, 본드걸까지 어느하나 빠지는게 없지만 유일한 흠결이 '늙음'이다. 세월의 흐름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게 사실. 수많은 수퍼 시리즈들이 인기와 별개로 리부트 하는것도 그런 것 때문인듯 한데 톰 크루즈 없는 미션 임파서블을 상상할 수 없기에 이 시리즈가 더 불안하다. 특히 1편부터 쭉 내려온 그 유명한 BGM이 여전히 유효하기에 주인공만 나이를 먹는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우리는 흐름이 아니라 작품으로만 배우를 만나니 세월의 간극을 더 절실히, 깊이 느끼게 된다.
시리즈의 다섯번째는 불량국가라는 뜻의 로그네이션이다. 늘 그렇듯이 적은 내부에 존재한다. 하긴, 1편부터 모든 사건에 내부인물이 포함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IMF의 적은 IMF가 확실한 듯 하고, 미국이야말로 불량 국가의 대표선수가 아닐까. 영화의 시작은 대부분의 액션영화를 보면서 느낀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시작한다. "도대체 저렇게 부서지는 것들은 누가 보상해 주는거지?"라는 전혀 영화적이지 않은 질문. 그 결과는 IMF의 해체 이유가 된다. 하기야 전편에서 크램린궁을 폭파하기까지 한 IMF인데 그냥 넘어갈만한 일이 아니긴 하다. 현실세계라면 전쟁이 일어났을테니. 어쨌는 IMF는 해체되고 CIA가 최고 정보 기관으로 모든 권한을 위임받는다. 뿔뿔이 흩어진 팀원들은 '신디게이트'의 공격을 받고 '에단 헌트'는 조직의 도움 없이 단신으로 신디게이트를 쫒는다. 이미 조직원이 아니기에 CIA로부터 추격을 받으면서 신디게이트의 정체까지 파헤쳐야 하는 상황.
신디게이트의 정체는 과거 영국의 첩보기관 MI6가 비밀리에 가동하던 조직이 만들어낸 비밀자금 관리집단. 영국에서 시행하려고 하다 무산된 프로젝트이지만 MI6 국장이 몰래 진행하고 있었다. 목적은 세계를 혼란하게 함으로서 첩보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하게 하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북핵루머를 퍼트리는 것과 비슷하다. 자금을 빼내기 위한 암호를 풀기 위해 영국 총리를 납치하려 하고 에단과 일행은 그걸 막기 위해 영국으로 집결한다.
이번 상대가 MI6라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첩보 영화의 원조이자 대표적인 브랜드, 결코 넘을 수 없는 캐릭터인 '제임스 본드'가 여기 소속이니 본격적인 '셜록'과 '루팡'의 대결이다. 최근 주춤한 007 시리즈를 생각하면 잠깐 뒤집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긴긴 역사와 성공적인 캐릭터 변신을 한 007에 비해서는 아직도 살짝 부족한 듯.
톰이 직접 소화하는 액션과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화려한 볼거리는 명불허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늘 그렇듯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본드걸, 레베카 퍼거슨의 무표정한 연기는 묘한 매력을 이끌어낸다. 옛 동료들이 CIA의 눈을 피해 에단에게 협력하는 장면 같은 건 끈끈한 동료애가 느껴지기도 하고. 하지만 마지막 비밀 칩을 얻기 위해 물속으로 잠입한다는 설정은 너무 오버한듯. 현실의 반대가 영화라지만 너무 난데없는 곳에 물건을 숨겼다. 저렇게 지킬바에 사람으로 둘러싸는게 훨씬 효율적이겠다. 장애물을 만들고 그걸 깨부수는게 미션 임파서블의 오랜 특징이지만 장애물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다. 도대체 저렇게 만들 이유가 뭐야.
이미 구태의연해진 반전, 톰 크루즈의 주름살을 수퍼 액션으로 커버하고는 있지만 다음 시리즈에서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훌륭한 액션 이미지는 미션임파서블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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