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피라미드] 공식대로 만든 모범 공포물

슬슬살살 2017. 7. 11. 22:21

미이라 개봉 기념으로 CGV에서 틀어준다. TV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톰 아저씨의 블록 버스터 아니었으면 결코 볼 일 없는 B급 영화를 이런 기회라도 볼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행운이다. 영화의 시작은 그럴싸 하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모래사막, 몸매 좋은 여성 고고학자와 방송 스탭들. 그들은 엄청난 고고학적 발견을 앞두고 흥분해 있다. 이번에 발굴하는 피라미드는 기존의 것들과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이집트의 불안한 정국으로 인해 발굴을 접어야 하는 상황과 몰래 들어가는 상황이 연출된다. 무언가 불길함을 느끼게 하는 암시는 계속 깔리고, 어이 없이 피라미드 일부가 무너지면서 발굴단은 고립된다. 고고학자 부녀와 딸 쪽의 남자친구인 로봇 조종사, 그리고 카메라맨과 PD. 역시 PD는 여자인걸로 보아서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르는 성비다.


첫번째 반전은 영화가 채 중반에 가기도 전에 일어난다. 맨 먼저 공격 받는 게 남자친구라는 건 특이할 점이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최종 생존 가능성은 아빠 고고학자에서 딸로 이동한다. 그리고 발견되는 적대적인 동물들. 개의 형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생존자들을 노리지만 단독으로 사냥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약해졌을 때, 틈을 보일 때 개때처럼 달려들어 순식간에 살을 바른다. 이제 본격적으로 위험을 인식하고 탈출을 서두르지만 역시나 하나, 둘 죽음에 이른다. 갖가지 함정들과 개를 피해 길을 찾으면서 PD, 카메라맨, 고고학자 순으로 끔살당하면서 찾은 건 세트라는 이집트 신이다.





이제 피라미드의 비밀이 밝혀진다. 이 피라미드는 왕의 무덤이 아니라 이집트 신 '세트'를 가둔 감옥이다. 대표적인 이집트의 신인 세트는 심장을 저울에 달아 무거운 자를 찾아야만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수천년동안 이곳에서 간혹 들어오는 도굴꾼을 사냥하며 버틴 모양인데 나름 무시무시하게 생긴 몸뚱아리로 진짜 심장을 저울에 다는 모습은 기괴하면서 우습기까지 하다. 진짜 저울에 달 줄이야. 신이라면 대충 보면 아는거 아닌가? 아무튼 마지막 탈출하는 여주인공을 잡으로 밖으로 나가는 세트를 개들이 저지한 것도 허락없이 나가지 못하게 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것 처럼 보이지만 처음 발굴씬 몇개를 빼고는 동굴 몇 개가 전부인 저예산 영화다. 그걸 감안해서 보면 그럭 저럭 킬링타임 할 만 하다. 너무나 예측 가능한 전개가 문제라면 문제지만 개때와 세트 같은 독특한 볼꺼리, 나름 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연출이 평범한 스토리를 커버한다. 엔딩 장면에서는 '캐빈 인 더 우즈'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