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에 개봉한 동명의 작품이 있기는 하지만 전혀 다르다. 물론 둘 다 재미 없다. 장르는 S/F 공포물. 정확히는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나름 신선하면서도 좋은 구성을 보여 준다. 무언가가 사람들을 공격하는데 그들을 볼 수 없다. 심지어 그 공격이라는 게 사람을 통째로 사라지게(정확히는 가루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라니. 러시아로 여행 중인 미국인 2커플은 클럽에서 이들을 맞닥뜨린다. 단언컨데 이 영화 통틀어서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피한방울 흘리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서늘함이 느껴지기는 하니까. 어찌 어찌 탈출한 션 일행은 도시 전체가 망가져 버린 것에 놀라워 한다.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모스크바의 적막한 모습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여행중 맞닥뜨리는 돌발상황에서는 반드시 대사관을 찾아야 한다. 이들 역시 무조건 미국 대사관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미국대사관 역시 완전히 파괴되어 있고 생존자는 없다. 남아있는 지도에 표기된 생존자들의 숫자와 X자가 그어진 도시들은 범지구적인 문제가 일어났음을 알려준다. 과연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션 일행이 모스크바의 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그 시간, 지구는 외계 생명체로부터 어마어마한 공격을 받았다. 지구의 철을 캐는게 목적이기 때문에 완전 점령을 원했고, 인간들을 사냥하던 것들은 그 외계 종족의 병사들인 셈이다.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이들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이들에게도 몇가지 약점이 있다. 이동할 때 주변의 전기제품이 작동한다는 것. 거울과 같은 도체 뒤에 있는 인간은 식별하지 못하는 것. 그렇지만 강력한 보호막과 인간을 가루로 만드는 무기에는 대항할 방법이 없다.
다시 션 일행. 이들은 러시아의 전기 오타쿠를 만나고 비밀 무기를 손에 얻는다. 일종의 전기총 같은 것인데 이것으로 합선을 일으켜서 방어막을 부술 수 있다. 게다가 지구 곳곳의 사람들도 점차 대응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울 갑옷으로 무장한 사람들, 피뢰침으로 공격을 흩트리는 사람들... 션 일행은 라디오를 통해 미국의 핵잠수함이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음을 알고 잠수함으로 향한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적을 부술 방법을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만 들어서는 꽤 재밌을 것 같지만 이게 그렇지가 않다. 중간 미국대사관 장면 이후부터 영화의 동력이 급속하게 떨어진다. 마치 제작비가 도중에 동난 것처럼 대사관 씬의 전 후의 영화톤이 다르다. 적어도 대사관에 들어갈 때까지는 거대한 스케일을 나름 자랑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B급 저예산 S/F로 전락한다. 모든 카메라는 여주인공의 가슴을 비추기에 급급하고 역동적인 공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러시아 사람을 다혈질 근육 멍청이로 묘사하는 부분이라던지, 말을 타고서 러시아를 지킬꺼야라고 외치는 장면들은 도저히 납득 되지 않는 장면들이다. 마지막 핵잠수함이 등장할 때는 그야말로 실소가 나온다. 한강에서 졸업작품을 찍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
위기를 극복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거야 거의 모든 영화의 공통점이기는 하지만, 다크아워에서는 너무 촌스럽게 표현했다. 뜬금없는 키스, 긴장감 떨어지는 상황에서의 행동들.. 종국에는 쓸데없는 개그까지 집어넣기를 시도하는데 감독이 바뀐게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출이 다르다. 그럼에도..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노라면 TV영화로서는 충분한 정도는 된다. 개연성을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눈요깃 거리 정도는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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