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넛잡2] 세상에 공짜는 없다

슬슬살살 2017. 12. 12. 23:04

전편을 보지 못했어도 영화를 이해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아마도 전편에서 설리와 앤디, 그리고 다람쥐 일행은 배고픔을 이겨내고 먹이 사냥의 최정점, 땅콩가게를 차지하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전편에서 우여곡절 모험을 했을 다람쥐들은 이제 공짜 점심에 취해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펑펑 낭비만 한다. 땅콩 많이 먹기 대회라니... 옛 이집트에서 음식을 씹어 뱉었다더니 딱 그짝이다. 앤디만이 이성을 잃지 않고 그들을 설득해 보지만 편안한 삶을 포기하기가 어디 쉬운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게에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들은 다시 공원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이 현실같은 만화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손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을거라 장담하던 설리.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엎친데 덮친다고, 마지막으로 남은 생존터인 공원마저 놀이동산 개발계획으로 헐릴 위기에 처했다. 다람쥐들은 이제 공원을 지키기 위해 인간들과 전쟁을 벌인다.


유난히 교훈적인 내용이 많다. 자연을 아껴야 한다, 스스로 일해야 한다, 손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 진정한 우정이란, 인간의 탐욕,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정의는 이긴다 등등. 거의 알쓸신잡의 수준이다. 그만큼 수많은 이야기가 겹쳐져서 전개되지만 결코 복잡하지 않게, 그리고 일관된 방향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불필요한 곁다리 하나 없이 서너가지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진행한다. 딱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CG 역시 상당한 수준인데다 중간중간의 조크는 어른도 박장대소케 한다. 앤디가 노래를 할라치면 설리가 중지시키는 장면은 그 중에도 기억에 남는다. '이거 노래나오는 만화 아니야'라는 대사는 개그요소지만 애니메이션을 현실세계에 투영하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건 만화처럼 보이지만 진짜야..'라고. 실제로 끝날때까지 노래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성룡이 연기한 뒷골목의 강자 미스터 팽의 귀여움은 이미 수차례 봐오던 오브제지만 여전히 유쾌하다. 마지막, 모든 만화가 그렇듯 인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다람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지만 결코 범상한 끝맺음은 아니다. 어른조차 여운이 깊게 남는다. 영화 후에 뭘 해야 하지? 전편을 찾아 봐야겠다.